"도박중독은 치료·마약중독은 처벌?…마약중독자도 환자"

약물중독회복연대, 26일 '마약퇴치의날' 맞아 세종문화회관 앞 기자회견 개최
실제 마약 복용자 증언…"범죄자가 아니라 아픈 사람으로 봐 달라"
마약중독 치료예산 확대·수사기관 인권침해 개선 요구
  • 등록 2019-06-26 오후 4:50:55

    수정 2019-06-26 오후 4:50:55

약물중독회복연대가 26일 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막상 제가 중독자가 되어 보니 회복이 쉽지 않더라고요. 마약은 퇴치 대상이지만 사람은 회복 대상이어야 합니다.”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약물중독회복연대(회복연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재현 활동가는 마약 중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허 활동가는 지난해 5월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법원에서 선고받았다.

회복연대는 유엔이 정한 국제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마약 중독 치료·재활 예산 확충 △처벌 아닌 회복 위주 정책 △마약 중독자에 대한 사법당국의 인권침해 관행 개선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도박 중독은 사회가 나서서 도와…왜 마약은 그렇지 않은가”

마약 복용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은 처벌 위주가 아닌 회복 위주의 마약 퇴치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약 복용으로 10년간 수감생활을 한 이동욱 활동가는 “마약은 영혼을 갉아먹고 사람을 파괴해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며 “마약 사용자를 범죄자로 볼 게 아니라 질환을 가진 아픈 사람으로 봐 준다면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처벌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마약 복용자를 음지로 숨게 한다는 의미다. 회복연대에 따르면 한국 내 마약 사용자는 50만~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윤현준 중독사회복지전문가는 “20년 간 만나 본 많은 마약 중독자들이 ‘나도 마약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사회가 회복할 틈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며 “도박 중독은 사회가 나서서 돕는데 왜 마약은 그렇지 않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약중독 치료예산 늘리고 인권보호 해야

헌법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라도 마약 복용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확보하겠다고 영원히 다짐해 왔다”며 “안전의 개념에는 약물로부터 안전을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과 침해받았다 하더라도 그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마약중독자라는 말보다는 마약중독 피해자가 더 어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복연대는 마약 중독자의 회복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복연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정부가 배정한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 보호 예산이 40% 넘게 줄어 연간 2억4000만원 수준이다. 정부의 금연사업 예산이 1438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다.

아울러 회복연대는 경찰과 검찰이 마약 중독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찰이 개인의 마약 투약 입건 사실을 회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가 하면 검찰은 마약 중독자에게 강제 DNA 채취 통보서를 보내 겁박한다. 국민인권위원회는 사법당국의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시정을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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