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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갈등 속 文대통령, 李총리에 힘싣기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10여분간의 모두발언을 온전히 이 총리의 해외 순방을 설명하는 데 썼다.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등 4개국 순방에 나선 이 총리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의 국무총리도 정상급 외교를 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며 ‘투톱외교’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총리 해외 순방에 대통령 전용기를 제공하는 것도 단순한 편의 제공의 차원을 넘어 총리 외교의 격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거듭 ‘총리 외교’에 힘을 실어줬다.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길게 ‘총리 외교’가 강조되면서 이 총리가 향후 일본과의 외교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일 관계가 경색 일변도인 상황에서 자칫 아무런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정상 간 만남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엇비슷한 정치적 중량감에, 보다 실리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적임자로 이 총리가 떠오르는 배경이다.
한일 양국 외교는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다. 양측 모두 서로의 제안에 대해서 거리를 두면서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주말 사이 일본을 방문한 외교부·산업부 관계자들은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이견만 확인하고 돌아섰고,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문제 논의를 위해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일축했다.
외교적 노력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이 총리를 ‘일본 특사’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이 총리가 지금 국내 있는 인물 중에서 일본을 제일 잘 아는 분 중에 한 분인 건 틀림없다”며 “지금 총리가 가야 할지 어찌할지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도 적절한 시간을 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李총리 일본특사설 ‘솔솔’..靑, 원론적 입장
다만 앞선 15일 “일본의 의도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던 문 대통령이 이날 발언에서는 투톱 외교 외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새로운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조심스러운 속내가 읽힌다.
강력한 경고음을 발신했던 만큼 16일에도 추가적 대일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단 숨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문제 논의를 위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은 오는 18일까지,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의견 수렴은 오는 24일까지 각각 시한이 정해져 있다. 일본의 대응 등 경과를 살피면서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이 총리의 대일 외교 역할론에 대해서도 “일본 문제를 풀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과 방안들이 정부 내에서도 논의되고 있지만 밖에서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