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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최근 토종 코로나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해 수만명의 피시험자가 필요한 임상 3상 대신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비교임상을 진행하면 피시험자가 수천명으로 줄어들게 되며, 비용과 개발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식약처의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은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기존에 허가받은 백신과 효능을 비교해 비열등함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같은 플랫폼기술로 개발된 백신끼리 비교임상을 진행한다. 셀리드는 같은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또는 얀센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만약 짝꿍 백신이 없을 경우 다른 기허가 백신과도 비교임상 수행이 가능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의 합성항원 백신, 제넥신 DNA 백신 기술을 적용한 백신은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다.
그 다음 표준물질이 제조되야 한다. 전 세계 바이러스 표준물질은 WHO 협력센터인 영국 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NIBSC)에서 90% 이상 만들고 있다. NIBSC가 WHO에서 확립한 ICP 기준으로 바이러스의 표준물질을 생산하면, 제약회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백신을 만든다. 사실상 이 절차가 백신 비교임상의 글로벌 기준이다. 국내 독감백신 후발주자들 역시 대규모 임상을 하지 않고, NIBSC로부터 표준물질을 들여와 비교임상을 수행한다.
코로나19는 지난해 처음 등장한 바이러스이며, WHO가 아직 ICP 확립을 못했다. WHO의 ICP가 없으면, 당연히 NIBSC 표준물질도 생산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ICP와 표준물질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자체적인 기준의 비교임상 데이터만으로 수출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WHO에서 얼마 전에 ICP 관련 회의를 했는데,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중구난방으로 끝이 났다. 지금 국제적인 표준 가이드라인이 없는데, 국내 기준으로만 비교임상을 하면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못 믿을 뿐만 아니라 수출도 안된다”며 “정부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빅파마 백신 1억명분, 인구대비 2배나 많이 계약했는데, 글로벌 기준이 아닌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한 국산 백신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WHO의 ICP 없이 진행한 비교임상을 통해 출시된 백신은 나중에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상 데이터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며 “선진국에 수출은 쉽지 않을 거다. 국내에서만 사용되거나, 백신이 아예 없는 제3세계쪽으로 제한적으로 나갈 수 있을 거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측은 “개별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확립한 ICP는 국제 인정을 받기가 매우 어려우며, 현재 한국 자체 ICP 확립 계획은 없다”면서 “ICP 확립전이라도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을 중화항체가와 같은 면역원성 지표 등으로 비교하는 면역원성 비교임상 3상 설계를 선제적으로 하는 등 국산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