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페셜] 국내 개발 코로나 백신, 비교임상으로 해외 진출 가능할까

코로나19 글로벌 기준 WHO 아직 확립 못해
WHO 기준없이 진행한 임상, 논란 여지 있어
제3세계 또는 국내에만 사용될 가능성 높아
  • 등록 2021-06-17 오후 3:56:55

    수정 2021-06-17 오후 4:56:45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정부가 국내 코로나 백신 개발사들을 위해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통상적인 백신 비교임상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면역 관련 지표를 확립해야 하며, 그에 맞춘 표준물질이 나와야만 수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체 기준으로 진행한 비교임상 데이터만으로는 선진국 수출이 힘들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 중 발췌. 식약처는 ICP 확립 전과 후로 나눠서 유효성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자료=식약처]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1/2상)와 유바이오로직스(206650)(2상), 제넥신(095700)(1/2a상)과 진원생명과학(011000)(1상), 셀리드(299660)(1/2a상) 등 총 5곳이다. 이 중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당장 다음달 임상 3상을 진입할 계획이다. 비교임상 진행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최근 토종 코로나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해 수만명의 피시험자가 필요한 임상 3상 대신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비교임상을 진행하면 피시험자가 수천명으로 줄어들게 되며, 비용과 개발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식약처의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은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기존에 허가받은 백신과 효능을 비교해 비열등함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같은 플랫폼기술로 개발된 백신끼리 비교임상을 진행한다. 셀리드는 같은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또는 얀센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만약 짝꿍 백신이 없을 경우 다른 기허가 백신과도 비교임상 수행이 가능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의 합성항원 백신, 제넥신 DNA 백신 기술을 적용한 백신은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비교임상 방식으로 출시된 백신은 전세계적으로 전무하다.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백신 비교임상을 진행하려면 우선 WHO에서 확립한 면역대리지표(ICP)가 있어야 한다. ICP는 백신의 면역원성과 방어효과 사이의 상관성을 분석해 나온 중화항체가다. WHO에서 논의를 통해 백신 제조의 글로벌 기준이 되는 중화항체가를 도출, ICP 확립과 함께 중화항체 표준검사법까지 제시한다.

그 다음 표준물질이 제조되야 한다. 전 세계 바이러스 표준물질은 WHO 협력센터인 영국 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NIBSC)에서 90% 이상 만들고 있다. NIBSC가 WHO에서 확립한 ICP 기준으로 바이러스의 표준물질을 생산하면, 제약회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백신을 만든다. 사실상 이 절차가 백신 비교임상의 글로벌 기준이다. 국내 독감백신 후발주자들 역시 대규모 임상을 하지 않고, NIBSC로부터 표준물질을 들여와 비교임상을 수행한다.

코로나19는 지난해 처음 등장한 바이러스이며, WHO가 아직 ICP 확립을 못했다. WHO의 ICP가 없으면, 당연히 NIBSC 표준물질도 생산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ICP와 표준물질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자체적인 기준의 비교임상 데이터만으로 수출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WHO에서 얼마 전에 ICP 관련 회의를 했는데,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중구난방으로 끝이 났다. 지금 국제적인 표준 가이드라인이 없는데, 국내 기준으로만 비교임상을 하면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못 믿을 뿐만 아니라 수출도 안된다”며 “정부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빅파마 백신 1억명분, 인구대비 2배나 많이 계약했는데, 글로벌 기준이 아닌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한 국산 백신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WHO의 ICP 없이 진행한 비교임상을 통해 출시된 백신은 나중에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상 데이터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며 “선진국에 수출은 쉽지 않을 거다. 국내에서만 사용되거나, 백신이 아예 없는 제3세계쪽으로 제한적으로 나갈 수 있을 거다”고 지적했다.

ICP와 표준물질이 나오고 난 후 진행한 비교임상은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1그램, 1킬로그램에 대한 국제표준이 있는 것처럼 백신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서 만드는 거다”며 “ICP, 즉 중화항체가와 표준검사법, 표준물질이 생산되고, 여기에 맞춰서 임상을 하면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측은 “개별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확립한 ICP는 국제 인정을 받기가 매우 어려우며, 현재 한국 자체 ICP 확립 계획은 없다”면서 “ICP 확립전이라도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을 중화항체가와 같은 면역원성 지표 등으로 비교하는 면역원성 비교임상 3상 설계를 선제적으로 하는 등 국산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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