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5년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붙은 신종자본증권(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을 연 3.23% 수준에서 약 3000억원 가량을 발행한다. 지난 1년간 벌써 네번째다. 애초 우리금융은 2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 했지만, 전날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4150억원이 몰리자 계획보다 소폭 증액했다. 새마을금고나 지방은행,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만기 시점이 와도 발행사의 결정에 따라 같은 조건으로 계속 연장할 수 있다. 그래서 ‘영구채’라고 불린다. 매년 내야 하는 이자는 낮지 않다. 선순위채권이 아닌 후순위채권으로 분류되는 데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채권을 찍다 보니 일반 회사채보다 이자율이 훨씬 높다.
우리금융과 같은 신용등급인 AA-등급의 시중은행 회사채는 최근 5년물 금리 기준으로 1.636%(민평기준)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1년간 우리금융의 영구채 금리는 연 3%가 넘는다. 금리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다.
우리금융이 높은 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부채가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결정할 수 있어 일반적인 채권처럼 ‘부채’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자기 돈인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영구채는 증자의 효과가 생긴다. 증권사나 캐피털사 등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자본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현재 우리금융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지 1년밖에 안돼 BIS산출에 불리한 표준등급법을 쓰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께 우리금융에 내부등급법을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아직 불확실하다. 우리금융은 영구채 발행을 통해 M&A용 실탄을 마련하고 건전성도 관리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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