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금융]우리금융이 '3% 금리' 채권 찍는 이유

5년 콜옵션 영구채 이달 3.2%대 3000억원 수준 발행
후순위채에 정부 지원 가능성 배제..이자율 3% 초반대 부담
은행 신용대출 평균보다 높지만 BIS비율 확충에 초점
내부등급법 적용되면 증권·캐피탈 인수 속도낼듯
  • 등록 2020-06-04 오후 5:46:54

    수정 2020-06-08 오전 10:09:17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우리금융이 높은 금리를 부담하며 잇따라 영구채를 발행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5년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붙은 신종자본증권(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을 연 3.23% 수준에서 약 3000억원 가량을 발행한다. 지난 1년간 벌써 네번째다. 애초 우리금융은 2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 했지만, 전날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4150억원이 몰리자 계획보다 소폭 증액했다. 새마을금고나 지방은행,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만기 시점이 와도 발행사의 결정에 따라 같은 조건으로 계속 연장할 수 있다. 그래서 ‘영구채’라고 불린다. 매년 내야 하는 이자는 낮지 않다. 선순위채권이 아닌 후순위채권으로 분류되는 데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채권을 찍다 보니 일반 회사채보다 이자율이 훨씬 높다.

우리금융과 같은 신용등급인 AA-등급의 시중은행 회사채는 최근 5년물 금리 기준으로 1.636%(민평기준)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1년간 우리금융의 영구채 금리는 연 3%가 넘는다. 금리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우리은행 창구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적용하는 금리가 평균 연 2.92%(은행연합회 고시 기준)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직장인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면서도 채권을 찍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투자자들에게 우리금융의 영구채는 인기다. 부도 위험이 거의 없는 금융지주가 찍은 채권이 연 3%대의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 때마다 투자자가 몰린다.

우리금융이 높은 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부채가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결정할 수 있어 일반적인 채권처럼 ‘부채’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자기 돈인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영구채는 증자의 효과가 생긴다. 증권사나 캐피털사 등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자본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금융지원이나 가계 대출 부담이 커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영구채를 통해 ‘자본’을 쌓아둘 수 있다면 건전선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기도 수월해진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1.9%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BIS자기자본비율이 평균 13.6%인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지 1년밖에 안돼 BIS산출에 불리한 표준등급법을 쓰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께 우리금융에 내부등급법을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아직 불확실하다. 우리금융은 영구채 발행을 통해 M&A용 실탄을 마련하고 건전성도 관리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쓰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최근 1년간 자본 확충 현황(출처:금융감독원, 우리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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