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고’ 끝에 강제징용 해법 제시…日 “해결책 안 돼‘

한일 기업 자발적 참여 기금으로 위자료…日 수용하면 양자협의 검토
日 정부·기업 반응에 주목…韓 기업 참여도 미지수
韓, 8개월 만에 구체안 제시…정상회담 등 관계정상화 계기 될까
  • 등록 2019-06-19 오후 6:38:08

    수정 2019-06-19 오후 7:15:4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부가 지난해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측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을 내린 이후 8개월 만에 한일간 최대 갈등 사안인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해법을 제시했다.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접고 일본정부에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안(案)을 제안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OECD 각료이사회 참석 계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강제징용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외교부)
◇ 韓日 기업 참여 여부 미지수…日 “받아들일 수 없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최근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해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금을 내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안을 일본측에 제안했다. 일본측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기업들의 참여 여부와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적인 부분은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참여기업으로는 일본측에서는 전범기업이, 한국측에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청구권 포기 대신 받은 경제협력자금 5억달러를 지원 받은 기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당시 전체 청구권 자금의 24%에 해당하는 1억1948만달러를 받아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며, 일본에서는 앞서 대법원 판결에서 배상 명령을 받은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재원 조성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법원이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건은 3건으로, 총 인용금액은 13억6000만원이다.

다만 한국은 물론 일본 기업들의 참여 여부도 타진해 보지 않은데다 일본 정부가 이 제안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내부에서는 우리 정부의 제안에 대해 “해결책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중재위원회 설치 요청을 지속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일본측이 이번 안을 받아들일 경우에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각에서는 ‘기업에 책임 떠넘기기’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어지는 강제징용 소송에서 계속해서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올 경우 이들에 대한 배상 문제도 새롭게 논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추가) 확정판결을 받게 되면 국내적으로 위자료를 받을 자격이 된다”며 “강제집행에 들어갈지 (기업 참여 재원을 통한 위자료 지급) 방안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해서 (위자료를) 받게 될지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G20 앞두고 전격 발표…정부 ‘역대 최악 한일관계’ 부담 느꼈나

정부가 미진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안을 발표한 배경에는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피해자 분들 중에서는 조속한 구제를 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기업들 입장에서도 강제집행 보다는 당사자간 합의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기업도 동참한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로는 강제징용 갈등이 불거진 이후 국제법적 해결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측을 의식해서다. 일본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거해 올해 1월에는 외교적 협의를, 지난 5월에는 중재위 개최를 요청했다. 우리 정부가 계속 응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제소 등을 검토하겠다며 우리 정부에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압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제징용 문제로 인해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한일관계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북·중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은 일정도 잡히지 않고 있는 불편한 관계를 타파하기 위한 계기 마련이 필요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부 안은 내용 자체는 평이한데 비해 시기적으로는 늦은 감이 있다. 이정도 수준이라면 올해 초에 제안해 충분히 양측이 검토할 시간을 가졌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일본 입장에서는 중재위까지 요청한 마당에 받을만한 요인이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일본측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반응이 오면 검토하겠다”며 “현재로서는 이번 안 외에 다른 방안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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