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니 잠수함 800억 손실…"누구 책임인가"

대우조선, 인니(印尼) 잠수함 2차 수주 후 3년째 계약 연기
선수금 없는 상황서 설비 발주하며 800억 손실 위기
대조양, 인니에 이미 잠수함 인도하며 신뢰 쌓아…"예상밖"
8000억원 전투기 분담금도 못 내는 인니…정부 탓 지적도
  • 등록 2022-08-18 오후 4:57:48

    수정 2022-08-18 오후 9:28:19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한 잠수함 건조 계약에서 선수금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품부터 사들여 8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볼 상황에 놓였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3년이 넘도록 계약을 발효하지 않은 탓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납기일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선수금 없이 장비부터 발주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계약이 발효되지 못하고 실효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떠안게 될 800억원 손해에 대한 책임 공방도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2015년 합의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 분담금 8000억원을 연체하고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이 중 일부를 현물로 주겠다고 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건조 문제를 정부 대 정부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00억 인니 잠수함 수주 무산 위기…“이전 계약 신뢰 바탕 추진”

18일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은 산업은행의 자료를 인용,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 잠수함 건조 계약이 미발효 상태임에도 성급한 판단으로 800억원 상당의 잠수함 핵심 설비를 선발주했고, 결국 사실상 계약 파기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계약은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한 잠수함 관련 2차 계약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인도네시아의 잠수함 2차 사업을 수주했다. 이미 1차 사업에 대한 수주와 인도까지 성공한 대우조선해양 입장으론 2차 계약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측이 관련 계약 발효는커녕 선수금조차 입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 업계에서 플랜트가 아닌 선박 발주에서는 선수금이 입금돼야 관련 설비·장비를 발주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선수금과 상관없이 부품 설비를 밀어붙였다. 박두선 사장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도 본 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조선사로서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측의 계약 발효가 늦어지며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한 비용을 모두 충당금으로 설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민국 의원은 “10월께 (부품에 대한) 잔금을 지급한 이후 설비를 인수하면 이를 보관하는 등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평이 갈린다. 선수금과 나머지 금액을 여러 차례 나눠 받는, 이른바 ‘헤비테일’이라 부르는 특수한 수주 환경에 있는 조선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와 동시에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판단이 동시에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이미 두 차례 잠수함을 인도까지 한 인도네시아 정부와 이미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내부 정·군사적 복잡한 상황이 이어지며 이에 대한 계약금 지불이 늦어진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지난 8월 인도한 대한민국 최초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모습.
선수금 없이 설비 발주 ‘문제’ 지적…“인니 내부 상황도 고려해야” 반론도

대우조선해양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계약 관련 가장 큰 문제는 국가와 계약을 했음에도 왜 실효에 대한 우려가 커졌느냐는 것이다. 3년 전인 2019년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이 국산 잠수함을 수출한다는 것은 군이 나서 홍보할 만큼 큰 사안이었다. 이미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수주이다 보니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계약 파기에 대한 시나리오 자체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내부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치적 라이벌 관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임명되면서다.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인 프라보워 장관은 군장성을 거친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손꼽힌다. 그는 특히 취임 후 그간 한국 등 일부 국가에 의존해온 인도네시아 방산 산업에 대한 변화를 외쳐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방산 수주를 다변화하면서 이를 모두 부채로 처리하는 과정에 대한 비난도 크다. 이 때문에 프라보워 장관은 취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전 잠수함에 대해 성능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800억원 손실 우려를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잠수함 수주 당시 특수선사업본부장이었던 현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책임 본부장으로 관련해 자재 발주를 승인하고 사장이 된 지난해 말 이를 충당금 처리했다는 이유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닌 정부 대 정부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박두선 사장이 당시 담당 본부장이기는 했으나 관련 계약의 총 책임자가 아니었고 조선사로서 이 같은 계약은 충당금 반영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박 사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쪽은 박 사장이 본부장 당시 선수금을 받기 전, 자재를 미리 발주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기업의 문제로 치부할 일 아냐…“정부·국가가 풀어야 할 숙제”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이에 대한 손실금 반영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대우조선해양의 문제로만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산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정부 대 정부로 잠수함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정도”라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인도네시아의 재무·정치적인 상황을 볼 때 이번 잠수함 수주가 한 기업이 풀기는 어려운 숙제라는 점에 동감해서다. 해당 사업 관련자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방산 관련 사업이 복잡하다는 것을 업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며 “선수금이 입금되기 전 설비를 발주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히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타국의 정부와 계약이다 보니 납기일을 정확히 하려는 게 더 중요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계약을 발효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며 “이를 어떻게 발주 입장에서 미리 가늠할 수 있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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