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정부가 우리 문화유산을 활용한 게임·메타버스 창작을 지원하고자 무료로 개방한 문화재 3차원(3D) 데이터를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 건축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치와 한복에 이어 중국이 이번에는 게임 속 한옥 문양까지 중국의 전통 문화라고 우기면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누리꾼들은 에픽게임즈가 운영하는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한옥 애셋(게임 제작에 쓰이는 모델링, 텍스처, 사운드 등의 데이터 일체)에 평점 1점을 달며 “한국 문화가 아닌 중국의 전통문화”라는 취지의 악성 댓글을 연달아 남기고 있다.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는 콘텐츠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3D 제작 도구를 무료로 공유하거나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 한국문화정보원이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에 올린 문화재 데이터(사진=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 캡처 이미지). |
|
중국 누리꾼들의 댓글 테러 대상은 한국문화정보원이 지난달 올린 조선 시대 전통 건축물 ‘창원의 집’, ‘제주목관아’의 3D 모델 데이터와 각종 전통 문양 이미지 등 10종이다. 한옥 애셋은 개인 개발자들이 만들어 올린 것보다 완성도가 높고, 무료로 게임에 적용할 수 있어 공개 직후 각국의 개발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중국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이 욕설과 함께 “한국 문화는 중국 문화의 일부” “현판과 문양에 한자가 있으니 한국 문화가 아닌 중국 문화” 등의 댓글을 올리며 억지 주장을 펼친다는 점이다. 한 누리꾼은 “중국 문화를 홍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한국문화정보원 관계자는 “일부 악성 댓글은 삭제됐으나 여전히 중국어나 영어로 된 새로운 악성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중국 누리꾼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중국 문화라고 우기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중국 최대포털사이트 바이두의 백과사전은 최근 삼결살에 대해 “중국식 돼지볶음에서 기원한 중국의 요리”라고 표기했다. 삼겹살 구이가 중국에서 전병에 싸 먹는 대파 돼지고기 볶음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삼겹살 구이는 중국 고깃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메뉴”라며, “삼겹살은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요리 중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이 김치, 삼계탕 등에 이어 삼겹살도 중국 음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김치공정을 넘어 한식공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한식공정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