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변동성 커진 증시…연준 실세, 예상 깨고 '구두개입' 나섰다

'거물' 브레이너드 "국채금리 급등 주시"
근래 국채시장 우려 표한 첫 연준 인사
시장 단기 변동성 커진데 따른 구두개입
증시 버블 손 놓고만 있을 수 없는 연준
일각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 거론
파월 무슨 말할까…4일 연설 관심 집중
  • 등록 2021-03-03 오후 3:10:50

    수정 2021-03-03 오후 3:10:50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을 깨고 사실상 ‘구두 개입’에 나섰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꼽히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국채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함께 증시를 비롯한 전세계 자산시장이 흔들리자, 이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리가 안정적인 단기국채를 판 돈으로 장기국채를 집중 매수하는 식으로 장기금리를 누르는(장기금리 상승을 완만하게 만드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같은 조치들이 거론돼 왔는데, 실제 이뤄질지 주목된다.

연준 이사 “국채금리 급등 주시”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 “지난주 국채시장의 금리 급등과 속도가 눈에 띄었다”며 “(국채금리가 급등해서) 2%의 인플레이션과 완전 고용 등 통화정책 목표를 위협할 수 있는 무질서한 상황이 온다면 걱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달 25일 장중 1.614%까지 폭등했던 걸 가리킨다. 국채금리가 오르자 팬데믹 이후 고공행진을 했던 뉴욕 증시는 주춤했다.

이를 두고 근래 우려를 표한 연준 인사는 브레이너드 이사가 처음이다. 그동안 제롬 파월 의장 등은 “경제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하마평에 1순위로 올랐던 거물이어서 더 무게감이 컸다는 평가다. 차기 연준 의장의 유력 후보로도 꼽힌다.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금리전략 헤드는 “브레이너드 이사는 금리 상승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고 인정한 첫 연준 당국자로 파월 의장의 시각과 대조된다”며 “금융 여건이 악화할 경우 움직일 용의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연준이 당장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장중 최고 1.453%를 기록하며 비교적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쇼크 수준으로 폭락하고 있는 것 역시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실탄을 무리하게 쓸 필요는 크지 않다. 바이탈 날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최근 국채금리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실제 브레이너드 이사는 통화정책 방향 전반을 두고 파월 의장과 결이 다르지 않았다. 그는 “연준이 행동할지 여부의 핵심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며 “이번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넘거나 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닻을 올리는 추세적인 전환보다는 일시적인 버블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긴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또 “일부 자산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올라갔다”면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조짐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역시 파월 의장의 판단과 다르지 않다.

브레이너드의 ‘구두 개입’ 의미는

다만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이 의미가 작은 건 아니다. 넘치는 유동성으로 자산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연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첫 언급이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온라인 모기지업체 로켓컴퍼니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71.19% 폭등한 주당 41.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기업공개(IPO) 이후 최고치다. 기업 펀더멘털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얼마 전 게임스톱(게임스탑·GME)처럼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집결한 개인투자자들이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게임스톱 이후 과열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건 증시 과열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연준은 역사상 최악의 실업난을 타개하고자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다. 그런데 자산시장 버블론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행동에 앞서 구두 개입을 한 건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고자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그의 언급이 오는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컨퍼런스 공개 행사에 나서는 파월 의장의 가이던스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변칙적인 공개시장조작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CNBC는 “연준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도입 여부를 가늠해 보기 위해 프라이머리 딜러(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공인한 국채 딜러)들로부터 의견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연준이 보유한 단기국채를 일정 규모 판 뒤 그 자금으로 장기국채를 사는 방식이어서 추가 유동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도입에 나설 경우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유력하다.

그러나 단기국채를 팔수록 단기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에 무한정 할 수 없다는 건 단점이다. 오히려 연준의 정책 신뢰를 떨어뜨릴 소지마저 있다. 연준은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이 카드를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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