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재개" Vs "2차 감염우려"…코로나에 둘로 쪼개진 미국

미국 곳곳에서 경제재개 요구하는 시위 벌어져
시위 압박에 주지사들 외출제한 조치 완화
2차감염 우려…뉴욕주"대규모 항체검사 실시"
  • 등록 2020-04-20 오후 3:51:20

    수정 2020-04-20 오후 3:51:20

△한 여성이 얼굴에 미국 국기를 그리고 1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콜로라도를 다시 열어라’(Reopen Colorado) 시위에 참가하고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세계 곳곳에서 총소리가 들린다”(shot heard round the world)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시위대는 경제를 재개해달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 곳곳에서 총소리가 들린다’는 이 말은 미국 독립 전쟁의 서전이었던 1775년 4월 19일 콩고드 전투를 의미하는 문구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는 2500여명이 참석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참석자는 거의 없었고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6피트(182cm)씩 거리를 두라는 보건당국의 권고도 무시했다. 오히려 이들은 이같은 지침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연설자의 주위를 에워쌌다.

시위를 이끌었던 타일러 밀러는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들을 미닛맨(미국 독립전쟁 당시 활약한 민병대.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 1분만에 무장해 모일 수 있는 남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라고 부르며 “우리는 이것을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해고 위기에 방역 대신 경제 재개 요구

워싱턴뿐만 아니다. 주말 사이 메릴랜드주·유타주·텍사스주·애리조나주·콜로라도주·네바다주·인디애나주·미네소타주·위스콘신주 등 미국 곳곳에서는 외출제한(Stay at home) 방침에 반대하고 경제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 참가자들은 코로나19로 외출금지·영업 정지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일자리를 잃었거나 생계를 위협 받는 저소득층이다. 여기에 극우단체까지 가세하며 세를 더하고 있다. NYT는 이날 워싱턴주에서 열린 시위에는 총기 소지를 옹호하고 연방정부가 지방정부의 문제 개입하는 것은 반대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극우단체인 ‘3퍼센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하는 앤소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소장을 해임하고 외출 금지·영업 정지 조치를 풀어 미국 경제를 재가동하라고 요구한다. 일부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America Great Again)을 외치기도 했다.

경제를 개방하라는 시위대 요구에 결정권을 쥔 주지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제이 인즐리 워싱턴주지사는 시위대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발언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도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모든 워싱턴 주민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셧다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네소타를 해방하라”, “미시간을 해방하라”, “버지니아를 해방하라”는 트위트를 연달아 올렸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상황에 따른 경제 재개 3단계 방안을 내놓으며 “판단은 주지사의 몫”이라고 밝힌 다음 날이다. 이에 따라 경제 재개를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주지사들의 반발에 한발 물러서면서도 사실은 지지자들에게 주지사들을 압박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셧다운 연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자 당초 자택대피령 연장을 검토했던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다음 달 1일부터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미네소타 역시 주민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다면 골프, 낚시, 보트타기, 사냥 등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공화당 주지사들이 있는 텍사스, 버몬트, 알래스카주 등은 경제활동 재개 준비에 들어갔다.

텍사스주는 18일 “20일 주립공원 개장, 22일 병원 진료 제한 완화, 24일 식당 배달영업 등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몬트주는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조건으로 20일부터 건설, 부동산 관리, 주택 감정평가 등 일부 분야 업무를 시작한다.

해변 개방하자 인파 몰려…2차 감염 우려

문제는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신규 감염자 수는 지난 10일 3만 5000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나 16일부터 전일 대비 16% 증가해 3일 연속 3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사망자 수는 다소 줄어들었다고 하나 여전히 하루에 2000여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플로리다주가 코로나19로 폐쇄했던 해변의 재개방 권한을 해당 지자체에 넘기면서 듀발과 세인트존스 카운드 해변이 개방되자, 사람들이 해변으로 몰려든 모습은 이같은 외출제한 완화 조치가 시기상조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폐쇄됐던 플로리다 잭슨빌 해변이 개방되자 사람들이 해변으로 몰려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AFP제공]
실제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경제활동을 섣불리 재개할 경우,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15일 공동으로 실시해 1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58%는 셧다운 조치를 너무 일찍 완화하는데 반대했다. 반면, 32%는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의 경제적 타격을 더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개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인물이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뉴욕주의 입원율과 일일 사망자 숫자 하락을 근거로 정점을 지났다면서도 “야수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경고했다.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역시 경제 재개를 위해서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덤 주지사는 1단계 경제 재개를 위한 충분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검사를 위한 면봉조차 부족한 상황이라고 일침했다.

다만 이들이라고 언제까지고 마냥 경제활동을 제약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쿠오모 지사가 출구전략으로 내세운 것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대규모 항체 검사다.

그는 “경제를 다시 개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하며 이는 테스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음 주 내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항체를 생성했는지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주(州) 전역에서 수천건의 항체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의 비서 멜리사 드로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항체검사는 오는 20일부터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항체검사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체검사로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NYT는 현재 항체검사기구 정확성이 터무니없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아 판매 중인 항체검사기구는 미국 셀렉스(Cellex)사의 검사기구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 기구조차 오차률이 5%대나 된다고 NYT는 전했다. FDA 승인없이 판매중인 90여종의 항체검사기구 중에는 신뢰도가 20%에 불과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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