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의 ‘매직’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의 벽을 깼다. ‘남들과는 다르게’ 행보가 여타 증권사와 차별화된 성과를 이끌어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침체 속에 신규 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알짜’ 발굴에 힘썼고, 무엇보다 시장이 좋을 때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어려운 시기 기회를 찾았다는 평이다. 채권금리 상승에도 일찍이 대응해 트레이딩 호실적도 부각됐다.
2일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92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15.1% 증가한 수준이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1332억원과 8281억원으로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와 5.8% 늘었다. 세 부문 모두 2017년부터 6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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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수지 부문은 대출금,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신용공여금 등으로 구성된다. 부동산 PF 침체 속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규 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딜 자체가 줄었고, 이에 IB 수수료는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등 여타 IB 부문에서 선방했고 금융수지 성과에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보수적 접근에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4분기 4조5624억원 규모로 전분기보다 4600억원 감소했고, 전년 동기만 해도 100%에 근접했던 자기자본 대비 비율은 85%로 양호한 수준이다. 특히 금융수지 성장은 일부 딜의 회수 건도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꼼꼼한 심사를 통해 투자했던 딜이 어려운 시기 회수된 것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금융수지에는 PF에 투자하고 셀 다운(자산 재매각)을 하지 않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유 시 받는 이자, 기업 인수합병(M&A) 시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하고 유동화해 채권을 보유하는 건 등이 모두 포함된다”며 “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PF 주선 건수는 줄었지만 다른 IB 부문의 성과도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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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재작년 말부터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도 시장 돌파구가 됐다. 올 초 롯데건설과의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에 나선 것도 그 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금리가 올라가기 전에 시장이 괜찮을 때 고정금리로 해서 장기물 비중을 높이는 등 자금 조달 측면에서 다변화를 꾀한 것으로 안다”며 “현금성 자산을 많이 확보해두는 등 1년 여 전부터 건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조였다”고 말했다. 김용범 부회장은 “(시장이 좋을 때) 돈 쓰면 얼마야 더 벌 수는 있겠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부러 포기했다”고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타 증권사들이 어려운 시기 부동산 PF 관련해 꺼릴 때 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고 걸맞는 수익이 난다고 판단하면 수용했다”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으로 보기보다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건들을 발굴해 성과로 만들어내자는 분위기이고, 현업에 있는 직원들도 이 기조에 맞게 창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