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도 警도 아니라는데’…故 박원순, 피소사실 어떻게 알았을까

故 박 시장 사망 전 피소 사실 알았다는 추측에 무게
고소인 측 “고소와 동시에 박 시장에 수사 상황 전달”
성폭법 위반·고소인 권리 침해 등 법적 문제 가능성도
시민단체 “진상 규명”…靑·경찰·서울시에 잇달아 고발
  • 등록 2020-07-14 오후 4:52:34

    수정 2020-07-14 오후 9:58:58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본인의 피소 사실을 알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누가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통보했는지를 두고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 당시 고소인 측이 증거 인멸 등을 이유로 보안 유지를 요청했는데도 피고소인에게 수사 정보가 새어나간 경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소장 접수한 지 하루도 안 돼 박 시장에게 전달?

박 시장은 성추행 관련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다음 날인 지난 9일 오전 실종돼 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박 시장이 본인의 피소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실종 전날까지 시장으로서 여러 활동을 한 점에 비춰보면 이 사건이 극단적 선택의 이유가 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즉, 누군가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소인 측 설명과 경찰이 발표한 박 시장의 최종 행적 등을 종합하면 박 시장은 본인이 고소당한 지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아 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추측된다. 고소인의 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에 따르면 고소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그 직후부터 다음날인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1차 조사를 마쳤다.

박 시장은 9일 오전 10시 44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공관을 나섰고, 이후 박 시장은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에서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 뒤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만약 박 시장이 본인의 피소 사실을 알았다면 고소장이 접수된 8일 오후 4시 30분부터 공관을 나서던 9일 오전 10시 44분까지인 약 18시간 내에 누군가로부터 피소 사실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측이 제기되자 고소인 측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준다는 걸 목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사실을 고소하겠느냐”고 성토했다.

김 변호사 역시 “(피해자는 박 시장에게) 고소 사실을 알리거나 암시하지 않았다”면서 “저희로서는 신속하게 (박 시장이) 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게 절대 필요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박 시장의 증거 인멸을 우려해 경찰 수사팀에도 절대 보안 유지를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고미경(가운데)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警·靑 “박 시장에 통보 안 해”…시민단체 고발 이어져

이 사건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경찰과 청와대로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렸다는 의혹의 화살이 집중되자 이들은 각각 박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통보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측은 관련 규정에 따라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을 뿐 박 시장 측엔 통보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고, 청와대 역시 박 시장 피소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누군가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렸다면 그 역시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은의 변호사는 “만약 수사기관이 적절하지 않은 시점에 직접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려줬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에 해당해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규상 알려줘야 할 어떤 근거가 없는데도 (피고소인에게 피소 사실을 알려줬다면) 고소인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여지가 크다”면서 “이해할 만한 특별한 이유나 취지가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민사상 불법 행위에도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유출자 신분과 경위·고의성에 따라 직권남용 등 다른 형사법적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린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고발에 나섰다. ‘활빈단’ 등은 14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서정협 서울시장권한 대행(행정1부시장) 등을 고발하면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적용해 청와대 관계자 등 성명 불상의 수사기밀 누설 행위자들을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기로 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없어 보이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명확히 하고자 서울북부지검 지휘 아래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포렌식 작업은 성추행 혐의의 증거 확보나 수사 상황 유출 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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