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다시 만났다.
올해 들어서만 일곱번째이자 지난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내한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이 삼성 사업장을 찾은 건 지난해 7월 인도 노이다의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과 지난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 이후 세번째다.
문 대통령 “삼성이 한국경제 이끌어”
문 대통령은 이날 “삼성이 가전에 이어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늘 세계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며 “그것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주고 계셔서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수출 중심인 한국경제구조에서 삼성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사업의 성패는 경제성장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 들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9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문 대통령이 삼성을 대하는 시각도 좀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 참석했을 때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보다는 국가적으로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고 삼성전자가 적극 나서달라는 당부의 말이 중심이었다.
이 부회장, 투자·고용 모두 챙긴다…“기업인 소임 다할 것”
이 부회장은 지난해 집행유예로 석방한 이후 대규모 투자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미래먹거리 선점을 위한 경영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반도체·AI(인공지능)·5G(5세대 이동통신)·바이오 등의 미래성장산업에 18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13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1년여만에 발표한 투자계획만 326조원에 이른다.
이는 2020년 정부 예산안의 65%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특히 이 부회장은 투자 외에도 고용창출과 상생협력 강화에도 가치를 크게 부여하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부회장은 “3년간 4만명을 고용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도 “차세대 핵심 대형 디스플레이에만 13조원 이상을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인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상생협력 강화에 크게 가치를 부여하면서 현 정부의 ‘공정경제’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서 그는 “생태계 조성 상생에 대해서도 늘 잊지 않겠다”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는 게 저의 개인적인 믿음”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을 만들자’는 오늘 말씀은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됐다”며 대통령께서 항상 강조하는 ‘함께 나누고 같이 성장하자’는 말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걸 잊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재계 “삼성 없이 경제발전 논의 불가능”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확대만으로는 경제가 단기적 회복밖에 할 수 없다”며 “결국 경제활성화의 열쇠는 민간기업이 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성장의 민간기여율이 30%에 불과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반도체, 바이오 등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산업과 삼성의 미래성장산업은 상당부분 일치한다. 결국 삼성과의 긴밀한 협력이 국가경제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 최고위층과 이 부회장의 잦은 스킨십은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닌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댄다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