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들 주도 ‘유료방송 M&A 심사 강화 촉구’ 공동행동 출범

  • 등록 2019-05-30 오후 5:07:51

    수정 2019-05-30 오후 5:07:5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한국진보연대,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희망연대노조, 성북아동청소년 네트워크, 민생경제연구소 등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30일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나쁜 인수합병 반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이후 LG유플러스의 CJ헬로(케이블방송 1위, 400만 가입자). SK텔레콤의 티브로드(케이블방송 2위, 300만 가입자), KT의 딜라이브(케이블방송 3위, 200만 가입자) 인수합병이 본격화 되고 있는데, 정부의 졸속 심사, 불공정 심사, 통신재벌에 대한 특혜 인수합병 승인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심사기간 단축과 승인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자료나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당사자인 시청자와 노동자, 시민사회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케이블업체 원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졸속 심사, 불공정 심사, 재벌 편향’ 분위기를 등에 없고 승인도 나기 전에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나쁜 인수합병 반대 공동행동’을 출범시킨다며, 6월 11일 국회토론회와 캠페인, 국회와 논의 등을 통해 방송통신 공공성을 공론화 하고 나쁜 인수합병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에 일차적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5월8일 시민사회단체 과기정보통신부에 제출한 의견서

‘나쁜 인수’ 반대합니다! ‘진짜 심사’ 찬성합니다

1. 방송통신 독과점 반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사업자이자 이동통신사업자인 ㈜엘지유플러스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씨제이헬로를 인수하는 것은 ‘통신의 방송 장악’입니다. 지난해 ㈜엘지유플러스가 씨제이헬로 인수를 선언한 직후, 에스케이는 티브로드를, 케이티는 딜라이브를 인수합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엘지의 씨제이 인수는 그래서 ‘통신재벌 3사의 방송시장 독과점’이 본격화되는 것을 뜻합니다.

엘지, 에스케이, 케이티 등 통신 3사가 추진한 대로 인수합병이 이루어진다면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90%를 통신 3사가 독과점하게 됩니다. 시청자(가입자)는 소수의 독과점 사업자들이 편성하고 제공하는 방송에 노출되고, 그만큼 다양성은 축소될 것입니다. 시청자(가입자)는 통신 3사의 융·복합 상품, 유·무선 결합상품에 묶입니다. 씨제이헬로의 알뜰폰(MVNO) 가입자 또한 엘지로 전환될 것입니다.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IPTV 전환에 따라 지역채널은 광역화되는 등 그 역할이 축소될 것입니다. 소수의 사업자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시청자(가입자)의 권리를 통제하고, 방송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은 소수의 사업자들에게 종속됩니다.

통신 3사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반드시 인수합병이 성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불과 3년 전인 2016년, 에스케이가 씨제이헬로비전에 대한 인수합병을 추진할 당시 엘지와 케이티는 이를 ‘나쁜 인수합병’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일자리 없애고 방송통신 인프라를 퇴보시키며 이윤은 에스케이가 챙긴다고 했습니다. 통신자본이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이번 인수합병은 ‘가입자 거래’와 ‘1위 싸움’에 지나지 않습니다. 통신 3사는 넷플릭스, 디즈니, 구글 같은 글로벌사업자를 거론하며 끊임없이 규제완화를 요구할 것입니다. 이처럼 명분 없는 주장에 정부가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 방송과 통신의 제도와 기술과 인프라는 ‘공공성’과 ‘다양성’을 핵심가치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방송은 시청자의 권익보호, 민주적 여론형성, 국민문화의 향상, 방송의 발전, 공공복리의 증진 등을 위해 ‘공적 책임’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인수합병을 허가한다면 이 가치와 역할 모두 훼손됩니다. 시청자(가입자), 노동자, 콘텐츠사업자 모두 권리를 침해당할 것입니다. 정부는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담보하는 방송통신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인수합병 심사는 새로운 방송통신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2. 현장노동자 고용보장, 지역일자리 확대

방송통신시장에는 일주일에도 몇 개씩 쏟아지는 융·복합 서비스가 출시됩니다. 통신 자본은 인공지능(AI), 증강현실(VR), 5G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주력으로 마케팅합니다. 영업점부터 고객센터, 설치·수리 현장까지 일사분란하게 프로모션을 시행하며 이 같은 마케팅을 펼칩니다. 초고속인터넷, IPTV, 와이파이, 사물인터넷, 휴대전화… 가입자(시청자)가 가입한 상품의 구성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상품 구성이 복잡해지고 새로운 상품이 많아질수록 ‘대면’ 수준에서 가입자(시청자)에게 상품구성, 상품사용에 대해 충분한 안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장의 노동자는 해당 상품이 가입자에게 필요하거나 원한 것인지 확인하고, 해당 상품은 어떻게 사용할 수 있으며 자가 AS 방법은 무엇인지 안내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고객대면 업무를 합니다.

그렇지만 ㈜씨제이헬로 등 방송통신 기업들은 고객대면 업무에서 사용자 책임을 방기하고 인원을 축소해왔습니다. 씨제이헬로는 설치·AS를 하는 고객센터를 하청업체에 외주화하고 있으며, 2016년 2300여명 수준이던 현장노동자를 1200여명까지 줄였습니다. 특히 이 노동자들은 씨제이헬로가 하청업체에 내리는 수수료의 일정부분을 자신의 작업건수에 비례해 지급받는 사실상 ‘재하청’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엘지유플러스가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라 케이블방송 가입자를 IPTV 가입자로 전환한다면, 고객대면 업무를 하는 현장 노동자들은 1차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입니다. 엘지는 자사 홈서비스를 설치하고 수리하는 현장노동자들을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인데, 씨제이헬로 현장노동자에 대해서는 어떤 고용보장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씨제이헬로가 고객센터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노조에 가입하면 엘지유플러스에서 고용승계 안 한다”며 노조를 탄압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케이블방송 만지는 노동자는 하청에 재하청으로 활용하고, 반면 IPTV 설치수리하는 노동자는 자회사로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은 상식과 제도에 반하는 것입니다.

케이블방송은 ‘지역일자리’입니다. 그리고 설치수리 노동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주거지역에서 일하는 ‘동네노동자’입니다. 씨제이헬로의 경우 전국 23개 권역에 1200여명의 직접고용 노동자와 1200여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씨제이헬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장, 나아가 지역일자리 창출에 대한 방안이 없는 인수합병을 반대합니다.

3. 유료방송의 지역성 구현

유료방송의 지역성 구현은 케이블 방송에 부여된 고유한 공적책무입니다. 엘지의 씨제이헬로 인수를 시작으로 연쇄적 M&A가 일어나 유료방송시장이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케이블 방송에 부여했던 지역성 구현 책무가 축소될 거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당장 지역 채널의 독립성과 지역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도미노식 인수합병에 앞서 유료방송의 지역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인수 신청 기업은 실효성 있는 지역채널 운영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엘지유플러스는 경영계획서에서 “지역채널의 편성과 독립성 확보, 활성화를 위한 투자 집행 등을 통해 CJ헬로가 지역채널 관련 법제도의 취지에 맞게 ‘지역성 구현’의 책무를 다하도록 협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2016년 에스케이텔레콤이 씨제이헬로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과 지역민의 지역방송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던 것에도 못 미치는 것입니다.

과기정통부(당시 미래부)는 2016년 발표한 <유료방송 발전계획>에서 △지역성이 보다 많은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마련, △지역채널 투자내역·수준, 운용 현황 등 구체적 계획과 이행실적을 중점 심사, △학계, 지자체,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참여하는 지역채널 심의위원회 구성, △IPTV로 지역채널 의무 확대 및 외부제작·유료방송사 재원 지원 방식으로 전환, △ 전 유료방송사업자에 지역성 책무 부여 및 재허가 심사·조건을 통해 이행 확보 등의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하였으나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제도화하지 못하였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인수 심사 및 시청자 의견접수에 앞서 유료방송의 지역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세부 심사 항목을 제시하고, 인수 신청/대상 기업들이 이에 맞춰 지역성 구현방안 및 지역채널 운영계획을 제출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 무관심한 엘지유플러스의‘나쁜 인수’에 반대합니다. 과기정통부는 지역성 담보 없는 ‘무대책 심사’를 제고해야 합니다.

4. 시청자 권익 실현

엘지유플러스가 내놓은 시청자 권익보호 방안도 형식적이고 부실합니다. 시청자의 권리를 개인정보보호나 (일부) 콘텐츠 제작 참여, 시청자 콘텐츠 편성확대 등 기초적인 수준에 가두고 있습니다. 시청자가 실제 불편을 겪고 있는 결합상품의 약정 계약, 복잡한 상품구성, 일방적인 채널변경, 실적압박에 따른 불필요한 상품가입 유도 등 주요 서비스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선대책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시청자(이용자)를 대표하고 권익을 대변해야 할 시청자위원회에 대해서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뿐입니다.

현재 지역의 유료방송 시청자(이용자)들은 권리 침해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국에서 전국사업자가 케이블방송의 경영권을 행사할 경우 지역 시청자의 권리는 더욱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 뻔합니다. 이를 방지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직접 지역 유료방송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인수 심사에서 지역 시청자위원회의 설립을 인수 조건으로 부여하고, 위원회에 △채널 편성 및 콘텐츠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 △시청자 불만처리의 기능, △지역사회 및 지역미디어 기여 계획수립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 등 시청자 권익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5. 시청자, 노동자, 지역이 참여하는 진짜 심사

방송과 통신은 ‘특수한 공공재’로서 공공성, 다양성, 지역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사업자들이 정부 인허가와 심사를 거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러나 심사권한이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가입자(시청자), 시민, 노동자가 자신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방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청자 의견서’ 접수뿐입니다. 이마저도 시청자의 의견들이 결정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실상 지역시청자, 원·하청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심사에서 정부는 사업자가 제출한 실적과 사업계획만을 검토하고, 청문절차에 사업자들만을 호출했습니다. 국회, 시민사회가 이 같은 점을 지적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재허가 심사에 ‘일자리’ 항목을 신설했으나 해당 항목은 1000점 만점에 10점짜리에 불과합니다. 시청자위원회, 지역채널 운용 관련 심사도 사업자들이 제출한 서류만으로 점수를 매기고 공개적인 논의 없이 허가를 해왔습니다.

이번 심사는 달라야 합니다. 이번 인수합병은 시청자(가입자), 노동자, 콘텐츠, 지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정부는 이번 심사에서 시청자(가입자), 일자리, 콘텐츠, 지역성 관련 항목의 배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심사과정에 시청자, 노동자, 시민사회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왜냐면 이번 심사과정과 결정은 방송통신기업들이 추진하는 인수합병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고, 이번 심사는 방송통신정책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번 심사가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시청자 노동자 지역시민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최대한 반영하는 ‘진짜 심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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