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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이날 전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낸 퇴임사를 통해 “저는 오늘 긴 항해를 마치고 퇴임하려 한다. 길었지만 보람되고, 힘들었지만 가슴 벅찬 시간을 보냈다”며 “거친 파도와 세찬 바람 속에서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도록 저를 지탱해 주신 현대차 그룹과 기아차의 임직원 모든 분께 진실한 마음을 담아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
박 사장은 “오늘까지 37년 4개월의 직장생활을 이어 온 것은 정말 행운인 것 같다”며 “그리고 샐러리맨의 꽃인 CEO가 됐다. 5년 5개월이라는 기아차 대표이사 직책은 매순간 긴장과 책임의 연속이었지만 보람도 컸던 시간이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재임시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아차가 많이 성장했고, 특히 제가 맡았던 기아타이거즈가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쾌거를 맛보기도 했다”며 “그렇지만 직장생활 중 가장 역동적이었던 시간은 주재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무덥고 힘든 인도에서 보낸 10년의 해외경험이었다. 이를 통해 도전과 기회를 경험했고 이는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하는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떠나면서 좋은 기억만 안고 가겠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음식이 평생 그립듯이 떠나더라도 저는 영원한 현대기아맨”이라며 “어디에 있든 현대기아차의 힘찬 소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울려퍼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떠나면서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 악화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마음이 무겁다. 제가 어려운 순간마다 떠올렸던 말이 있다”며 ‘Hope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최고를 바라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란 말을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7일 박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신임 사장에 송호성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을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