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첫 단추부터 잘못 꿴 정의기억연대의 쇄신

  • 등록 2020-08-13 오후 4:55:51

    수정 2020-08-13 오후 9:36:55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회계부정 의혹을 바로 잡음으로써 새 조직으로 거듭 나겠다고 선언한 정의기억연대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기부금 사용 의혹을 제기한 지 두 달 여 만인 지난 12일 정의연은 조직 쇄신을 위한 성찰과비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계부정 등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탓에 이 위원회는 회계와 조직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외부 컨설팅을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회계관리체계부터 조직 개편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위원회 명단을 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13명 위원 중 3분의1이 넘는 5명이 정의연 임원 셋, 정의연 이사와 홍보대사 등 정의연과 직접 관련된 내부 인물이다. 그나마 나머지 위원들도 여성단체와 예술단체 소속으로, 회계나 경영관련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회계 문제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위원회인데도 기존 이사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정의연 측은 회계관련 전문가가 개인적 사유로 비공개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인적 구성을 비공개로 남겨둔 이유도 의문이다.

정의연의 회계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았고 검찰 수사는 진행 중이다. 윤미향 전 이사장의 개인 계좌 이용 의혹이나 문제가 된 시점의 회계 등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회계 의혹을 불식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보다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처음 기부금 관련 의혹을 제기한 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였다. 정의연도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해 고의는 아니었지만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해왔다. 지난 수요시위에서 한 연대발언 참가자는 “정의연은 회계 전문 단체가 아니라 일제시대 피해자들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하기 위한 단체”라며 “부분적인 문제로 본질을 흐리는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요시위의 뜻에 공감하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 있는가. 정의연은 그 `부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굳건한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 쇄신안마저 허울에 그친다면 정의연이 바로 설 수 있는 기회는 더이상 없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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