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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두산重, 5년+α 정비계약…절반의 성공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한수원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이 각각 바라카 원전 운영법인인 나와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맺었다고 24일 밝혔다. 한수원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이 앞으로 5년 동안 바라카 원전 4개호기의 정비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이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한수원 컨소시엄은 정비와 관련한 본부장급 고위직을 현지에 파견해 바라카 원전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도 참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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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계약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2조~3조원 규모, 10~15년에 이르는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전체를 단독 수주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장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실제 계약기간은 5년에 그쳐 정비사업 수익 감소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2016년 원전 수명인 60년 동안 정비 사업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계약 명칭도 장기정비계약(LTMA, 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에서 장기정비서비스계약(LTMSA)으로 바뀌었다.
UAE는 원전 정비를 수의계약으로 추진해 왔으나 2017년 돌연 경쟁입찰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영국 두산밥콕과 미국 얼라이드파워 등이 가세하며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나와는 지난해 11월엔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소규모 장기서비스계약(LTSA)를 맺기도 했다.
원전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에 UAE 측 신뢰를 잃은 탓에 반쪽 수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번 계약에 대해 “통으로 주려던 걸 일감을 나눠주기 식으로 바꾼 것”이라며 “UAE가 우리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한수원을 이전처럼 큰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도 “아쉬운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원전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 UAE에 긍정적인 인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성윤모 장관은 “이번 계약은 한국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다 포괄하고 있으며 5년 단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10년, 30년 이상 협력할 수 있는 계약 형태”라며 “또 나와는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원전 정책은 무관하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실제 나와 측은 한수원의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특히 성 장관은 계약 방식 변경은 UAE 법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다. 성 장관은 “나와 측에서 UAE 법률에 의거해 바라카 원전에 대한 책임을 본인들이 지는 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계약 변경을 진행했다고 했다”며 “한 개 기업에 원전 정비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맡기는 시스템에서 나와가 책임을 지고 복수의 사업자에게 주요 정비를 맡기는 방식으로 계약이 변경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오히려 파기 위기에 있던 계약을 되살려 주도권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한전KPS는 2015~2017년 협상 당시 당연히 독점 계약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가 UAE 측의 불만을 사서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며 “이번 계약으로 되살린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UAE측이 다른 곳과 계약하는 내용을 다 알 순 없지만 최근 외국 모 회사 중역이 찾아와 협력 희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다른 나라도 (원전 정비가) 한국 주도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총 계약액은 ‘워크 오더’(역무지시서)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가격 기준에 대해선 양보한 적 없으며 전체 계약금액도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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