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그나그룹이 100% 지분을 가진 보험사 ‘라이나생명’에 대해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여전히 올해 하반기 국내 최대 인수합병(M&A) 매물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올 들어 KB금융(105560)지주가 또다른 외국계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보험’을 2조원이 넘는 가격에 사들이면서, 국내 생보사 중 알짜로 꼽히는 라이나생명의 매각 여부가 투자은행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시장이 부각된 상황에서 텔레마케팅 중심인 라이나생명의 가치가 극대화된 시점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글로벌 보험사 입장에선 성장성이 낮은 시장의 생보사를 매각해 다른 유망 시장으로 그 자본을 재배치하려는 흐름 탓에 결국은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성장성 낮은 韓생보업계…푸르덴셜생명 매각에 자극
하지만 업계에선 올 초 치열하게 벌어졌던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전이 시그나그룹에게 라이나생명 매각을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도 지난해 말 처음 매각설이 불거졌을 당시 미국 본사와 한국법인 모두 이를 부인했었다. 그러나 올 초 본격적인 인수전이 시작되자 높은 배당성향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대표적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등이 입찰에 뛰어들었다. 또 대만계 푸본그룹, 우리금융지주 등도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등 흥행이 성공적이었다. 결국 KB금융지주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과 경합을 벌인 끝에 2조 3400억원(지분가치 상승 예상금액 750억원 포함)에 인수하며 최종 승자가 됐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시그나그룹도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에서 푸르덴셜생명이 높은 가격에 팔리는 과정을 보고 관련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주관사였던 골드먼삭스가 먼저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텔레마케팅 중심 ‘비대면’ 영업 가치 돋보여
라이나생명이 실제 매물로 나오면 푸르덴셜생명보다 더 높은 3조원 이상의 몸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월간생명보험통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수입 보험료 업계 13위(2조 5075억원), 총자산 21위(4조 7643억원)인 중위권 생보사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약 3510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업계 3위에 오른 알짜 회사로 꼽힌다. 특히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보다는 홈쇼핑과 텔레마케팅 등 비대면 판매에 강점을 갖고 있어, 코로나19 사태로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국내 최초로 치아보험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 수익성을 높여온 강점도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수 가능한 국내 생보사가 몇 개 남지 않은 상황에서 라이나생명이 실제 시장에 나오면 PEF들은 대부분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며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나섰던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 PE 등은 라이나생명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