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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많았다…日여성 극단선택은 '여성 무시 문화' 탓?

CNN "코로나19로 일본 내 여성 자살 늘어"
여성 고용취약·엄마에 쏠린 양육 책임이 원인
고통 감춰야 하는 일본 내 '가만' 문화도 지적
  • 등록 2020-11-30 오후 6:17:04

    수정 2020-11-30 오후 6:17:04

지난 29일 도쿄 신주쿠 거리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망자가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자살률이 늘었는데 이는 일본 내 여성을 무시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29일(현지시간) 조명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0월 극단선택으로 2153명이 사망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집계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2087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특히 여성 자살률이 대폭 늘었다. 지난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3%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 자살자는 22% 증가했다.

고용환경 취약한 여성부터 타격

CNN은 “자살 증가는 여성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는 몇 가지 잠재적 이유가 있다”라며 “여성들은 무더기 해고가 이뤄진 호텔과 음식 서비스업과 소매업 등에서 시간제 근로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이자 고용 취약층인 여성부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CNN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정신적 충격에 최근 네 차례 자살을 시도한 여성을 인용해 “일본은 여성을 무시해 왔다. 일본 사회는 나쁜 일이 벌어지면 더 약한 사람들부터 쳐내는 곳”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일본 도쿄 이자카야 거리 (사진=AFP)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을 피해도 여전히 어려움은 남는다. CNN은 “직장을 지킨 여성들의 경우에도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일뿐만 아니라 양육 책임도 떠안게 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와중 미숙아 아들을 입원시킨 아카리(35·가명)씨는 CNN에 “그 전에는 정신질환 병력이 없었지만 (아들의 입원 후에는) 늘 불안해졌다”고 호소했다.

일본 내 비영리 상담센터 ‘당신을 위한 장소’를 운영하는 오조라 코키(21)씨는 상담 신청을 하루에 200건씩 접수하는데 대부분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키워야 하지만 일자리를 잃고 돈이 없어진 여성들은 극단 선택으로 내몰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 사무실, 친구 집 등 탈출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코키 씨는 “지난 4월 가장 흔한 메시지는 자녀 양육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엄마들로부터 온 것이며 일부는 자녀를 살해할 생각을 고백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극단선택으로 숨진 배우 다케우치 유코(사진=AFP)
日학생·연예인도 정신건강 ‘빨간불’

이외에도 최근 국립아동보건센터가 일본 학부모와 자녀 8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20세 미만 아동 청소년 75%가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다.

최근 일본 연예인들도 잇달아 목숨을 끊었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테라스 하우스’에 출연해 인기를 끈 여성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22)는 지난 5월 숨졌다. 생전 악플로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런치의 여왕’ 등으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여배우 다케우치 유코(40)도 지난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약점 드러내기를 꺼리는 일본 사회 문화가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0월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사회는 자기부정과 인내를 의미하는 ‘가만’을 중시하는데 이 때문에 많은 이가 개인의 고통과 고뇌를 감춰야만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라며 높은 자살률의 원인으로 이러한 문화를 지적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자살률은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스가 내각의 코로나19 대응 평가는 지난달 “못했다”는 응답이 한 달 새 13%포인트 늘어난 48%를 기록했다. “잘했다”는 응답자는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한 44%에 그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다. 이에 따라 내각 지지율도 58%로 전달에 비해 5%포인트 줄었다.

한편 일본은 주요 7개국(G7) 중 극단적 선택이 주요 사망 원인인 유일한 국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8년 일본에서 극단 선택으로 숨진 사람은 인구 10만명 당 16.5명으로 한국(26.6명)에 이어 세계 2위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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