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담대한 구상' 발표할 때인가[기자수첩]

北 연일 무력도발 와중 뜬금없는 통일부 발표
이미 한차례 거절당한데다 내용 구체화 안돼
"핵개발 단념" 통일부마저 대북압박 가세하나
  • 등록 2022-11-21 오후 5:35:12

    수정 2022-11-21 오후 9:06:05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보수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지 않습니다.” 최근 만난 한 외교안보 전문가의 말이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할 리 없다는 게 보수 정부의 속내라는 이야기다. 보수 정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논리도 “김정은의 비핵화 선의만 믿고 무장해제를 한다”는 것이었다.

통일부는 21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초기 조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완전한 비핵화 조치 등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 보상안이 제시됐다. 이른바 ‘선(先) 비핵화 후(後) 경제보상’이다.

(사진=통일부)
하지만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구체화된 시점부터 뜬금없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무력 도발을 일삼고 있다. 오는 29일 핵무력 선언 5주년을 앞두고는 핵실험 관측마저 나온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가팔라지는 시점에 비핵화 및 통일 구상을 내놓는 것이 과연 어떤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긴장 국면을 전환할만큼 획기적인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니다. 이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어리석음의 극치”,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라고 거부했는데, 이날 발표된 내용은 여전히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설 경우 제시되는 보상안을 나열한 수준에 불과했다.

또 북한이 ‘어떤’ 조치를 해야 이러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도 구체화하지 않았다. 비핵화 로드맵의 첫 단계인 ‘초기 조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동결을 하면 초기 조치를 달성한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과 대결만 강조될 경우 중국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면피용으로 ‘담대한 구상’을 내세웠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통일부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거부할 경우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핵개발을 단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일하는 통일부마저 대북 압박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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