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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내달 선보일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판매 개시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ABL생명 관계자는 “출시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지난 2017년 3세대 실손 출시 후 4년 만에 개편되는 상품으로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고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의 보장 범위를 크게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타지 않았다면 다음해 보험료가 5% 할인되고, 반대로 비급여 보험금이 30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가 네 배 수준까지 오른다. 병원을 과도하게 많이 가는 사람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내달부터 4세대가 본격 출시되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3세대 실손은 더 이상 가입할 수가 없게 된다.
ABL생명이 4세대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고민하는 건 ‘상품의 효율성’ 때문이다. 실손보험 자체가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인데다, 보유계약도 단체계약을 포함해 11만4000건(명)에 그쳐 판매량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ABL생명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기준 132.2%다.
동양생명 역시 4세대 상품 출시일을 확정하지 못했다. 동양생명은 ABL생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판매건수가 16만건 수준으로 적다. 손해율은 112.0%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출시 방향으로 검토 중이나 출시일은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만약 두 보험사가 내달 1일 이후에도 판매일을 확정하지 못하면 상품판매 공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견 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을 두고, 고민하는 이유는 결국 ‘적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의 총 적자 규모는 2조50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2조5133억원)과 비슷하다. 지난해 거둬들인 보험료 수익이 전년보다 무려 6.8% 증가한 10조5469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적자를 낸 것이다.
손해율(합산비율)도 연속 5년째 100%를 넘어섰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발생손해액에 실제 사업비를 더해 이를 보험료 수익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지난해는 123.7%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가 손실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적자가 2016년부터 계속되자,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 AIA생명,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등이 2011∼2013년에 일찌감치 실손보험을 포기했고, 2017∼2019년에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등이 잇따라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부터 취급을 중단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AXA(악사)손해보험이 2012년, ACE(에이스)손해보험이 2013년, AIG손해보험이 2017년 각각 상품판매를 중단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1ㆍ2세대 계약을 4세대로 이전해야 하는데, 소비자입장에서 계약 이전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견보험사들의 경우 실손을 유지하기보다 다른 상품을 판매해 매출을 늘리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