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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지급’·‘아들 스펙 거짓말’ 등 본인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자 직접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대신 대변인에게 그 역할을 떠넘기려는 분위기다. 마치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의원 시절 이정현 의원(현재 무소속)에게 ‘대변인 격’이라는 직함을 부여한 뒤 본인은 입을 닫았던 박근혜 전(前) 대통령 행보를 떠오르게 한다.
황 대표는 25일 국회정상화 무산 상황을 묻는 질의에 “지금 정치 상황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전날(24일) 역시 같은 취지의 질문에 “대변인이 있다”며 입을 닫았다.
황 대표 측이 평소 공식 기자간담회가 아닌 자리에서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을 거부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례를 참고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점 역시 정무적 판단 부재다.
보수진영 유력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황 대표가 미래권력으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이 대표와 비교에 나선 것은 스스로 정치적 체급을 격하하는 행보다. 또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도의 질문공세가 쏟아지는 대권 레이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치적 바닥을 드러낸 셈이기도 하다.
실제로 19대 대선이 한창이던 2017년 4월 말 민주당 출입기자로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취재할 때 얘기다. 문 후보는 백브리핑에서 성소수자 관련 입장에 대한 질문을 계속 회피했지만,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결국 캠프 내부에서 ‘답변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아까는 백브리핑 상황이 혼잡했다. 질문을 회피하려고 한 건 아니고 현안이 조금 복잡한 부분이 있어서 그랬다”며 “다음 일정에서 답변이 이뤄지게 자리를 잡겠다”고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문 후보는 다시 이뤄진 백브리핑에서는 “동성애는 허용하고 막는, 찬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각자의 지향이고 사생활에 속하는 문제”라며 “다만 그날 제가 질문받은 건 군내 동성애이기에 거기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해당 백브리핑이 있기 하루 전 문 후보는 TV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동성애를 반대하느냐”는 질의에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황 대표 역시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지금 정도의 취재진 질문은 맛보기 수준이라는 얘기다. 대선 후보가 되면 모든 일정에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다수의 기자들이 따라다니고 하루에도 수차례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을 맞이해야만 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현 정권을 향해 불통정권이라고 하면서 본인이 그런 행동에 나서면 상대를 비판할 근거 조차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도 “실력이 탄로 나니까 말을 아끼려는 것”이라며 “대선주자로서 본인의 행보를 하면 되는 데 이해찬 대표를 걸고 넘어가는 것도 비겁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