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업비트와 제휴' 승부수 통한 케뱅…1.2조 실탄 장전하고 카뱅과 '진검승부'

암호화폐 붐 시들할 때 거래소와 제휴
넉달새 수신잔고 3.7조→12.1조 급증
자본금 2.1조…카뱅과 7000억差로 좁혀
  • 등록 2021-05-26 오후 7:11:34

    수정 2021-05-27 오전 8:08:34

(사진=케이뱅크)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때 자금 부족으로 대출 영업까지 중단했던 케이뱅크가 비상을 꿈꿀 수 있는 도약대를 마련했다. 국내 인터넷은행 단일 규모로 최대인 1조2499억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자본금을 2조1515억원까지 쌓게 된 것이다. 경쟁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2조8637억원)와의 자본금 격차도 많이 줄었다.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한 케이뱅크는 이제 카카오뱅크를 정조준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등 인터넷은행 본연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곧 초라해진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서비스 시작 한 달만에 가입자 수 25만명을 모으며 국내 금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봄꽃과 함께 화려하게 꽃피웠던 케이뱅크 인기는 여름이 시작하면서 잦아들었다. 그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신데렐라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후광에 힘입어 단시간내 성장 가도를 달리며 국내 인터넷은행의 대명사가 됐다.

카카오뱅크가 비상(飛翔)한 사이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비상(非常)이 걸렸다. 당시 대주주였던 KT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게 컸다.

자본금은 곧 바닥을 드러냈다. 2019년 4월 일부 신용대출 서비스가 중단됐다. 지난해 초에는 대출 영업이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대출 영업까지 중단되자 케이뱅크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고조됐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졌다.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았던 은산분리 원칙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대안을 찾기로 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벽은 KT 대신 KT의 자회사 BC카드로 넘기로 했다. BC카드는 일반 금융사들이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금융사로 분류돼 ‘은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사 소유를 제한하는 원칙)에서도 자유롭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불공정거래행위로 고발을 받은 사안도 없었다.

지난해 6월 BC카드는 KT의 지분 10%를 인수를 하고 대주주로 올라섰다. 자본금 확충과 함께 외부 사업 제휴에도 나섰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 계좌 개설수 급증

케이뱅크가 다시 주목을 받는데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영향이 컸다. 업비트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1위(거래량 기준) 업체였지만 1금융권 어떤 은행도 제휴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업비트는 지난해 6월 기업은행과의 제휴 기간이 끝나면서 새로운 제휴 은행을 찾아야 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손을 내밀었다. 가입자 저변을 늘려야 하는 케이뱅크와 은행 제휴가 필요한 업비트는 2020년 6월 실명인증계좌 제휴를 맺게 됐다.

다만 케이뱅크 내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와 굳이 제휴를 맺어야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전통 금융의 시각에서 봤을 때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했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붐이 시들했던 때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내부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경영진들이 열린 금융 플랫폼으로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를 하자고 설득해나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케이뱅크는 3966억원 자본 확충에 어렵게 성공했다. BC카드가 총대를 메고 우리은행 등 기존 주주에 떠넘기듯 진행됐던 유상증자였다. 외부 투자자는 없었다.

종잣돈이 다시 모이자 반년 넘게 중단됐던 대출 사업을 재개했다. 수신 잔고에 돈이 찼고 여신 잔액도 늘었다. 아파트 담보대출도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비견될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는 가입자 저변이 좁았다. 케이뱅크와 연결돼 시너지를 일으킬 플랫폼이 절실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2월 취임한 서호성 행장, 자본확충 동분서주

지난 3월 케이뱅크는 연초대비 급증한 수신 잔고와 사용자 수에 놀랐다. 지난해말 대비 증가세가 뚜렷했다. 특히 수신은 국내 은행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증했다.

2020년 12월 케이뱅크의 수신잔액은 3조7500억원이었는데 3월말 8조7200억원으로 급증했다. 4월말 들어서는 12조1400억원이 됐다. 넉달 사이 223%가 증가한 액수다.

이용자 수는 두 배 이상이 됐다. 지난해말 219만명이던 이용자 수는 올해 4월말 기준 537만명이 됐다. 웬만한 지방은행 이상 정도의 가입자 수였다. 이유는 지난해 6월 맺었던 업비트와의 제휴에 있었다. 암호화폐 투자 붐이 일면서 업비트 이용자 수가 급증했고, 덩달아 케이뱅크 계좌 개설 수도 늘었다.

이는 지난 2월 케이뱅크 3대 수장으로 취임한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에 큰 힘이 됐다. 그는 케이뱅크의 추가 자본확충을 위해 동분서주 여의도 바닥을 훑고 다녔다.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주요 근거로 이들 숫자(사용자 수 증가 등)가 쓰였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서 행장은 사모펀드(PEF)를 비롯해 다수의 투자자들의 유상증자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현재 자본금(9017억원)보다 더 많은 1조2499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 약속을 받아냈다. 1000억원 모으기도 힘들었던 과거 케이뱅크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케이뱅크는 이들 자금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를 정조준한다. IT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에 맞도록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이번 대규모 자본확충은 케이뱅크의 혁신 역량과 미래 성장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결과”라며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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