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시민단체와 민주파 의원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인권운동가나 반체제 운동가들이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며 홍콩 입법회(국회)가 법안을 완전히 철회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이번 시위를 ‘조직적 폭동’으로 규정한 데 이어 중국 중앙정부 역시 시위대를 향해 위법 행위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中 “홍콩 시위는 조직적 폭동”…강경 대응 주문
13일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이번 사태에 대해 담화를 발표했다”고 소개하며 “홍콩에서 발생한 상황은 평화집회가 아니라 조직적인 폭동으로 어떤 문명 법치 사회도 평화와 안녕을 해치는 위법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자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평화적 집회가 아니라 ‘조직적 폭동’이라 규정한 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홍콩 민심은 반(反)중국 정서로 들끓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홍콩 입법회(국회)는 2차 법안 심의를 강행하려고 했지만 시민의 대규모 반대 시위가 계속되자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법안 투표는 20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경찰들 역시 시위대 해산을 촉구하며 고무탄과 최루탄, 물대포 등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며 부상자 7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중 2명은 위중한 상태다.
홍콩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법안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의 중국 송환에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의 사법권이 침해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과 민주 운동가들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을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중국의 다른 도시처럼 만들려는 것을 포기할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서도 ‘홍콩 자율성 보장하라’ 한 목소리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해외에서도 커지고 있다. 홍콩을 식민 통치했던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영국이 전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면서 “홍콩에 많은 수의 영국인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의) 잠재적인 효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범죄인 인도법은 영·중 공동선언에서 정한 권리 및 자유에 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영·중 공동선언은 1984년 체결한 이른바 ‘홍콩반환협정’을 의미한다. 홍콩은 1841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당시 영국과 중국은 홍콩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되 50년간, 즉 2047년까지 현상 유지할 것을 합의했다. 공동선언은 외교 ·국방을 제외한 홍콩 주민의 자치를 인정하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기본정신을 담고 있다.
독일 외무부 역시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은 홍콩 당국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현재 홍콩과 맺은 양자 범죄인 인도 협정이 현행대로 이행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홍콩 미국상공회의소의 타라 조지프 총재는 “(103만 시민이 참여한 시위는) 범죄인 인도 조약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법안 철회나 연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홍콩 입법회 전체 70명 중 43명이 친중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친중파 의원들 일부는 법안 통과에 무조건 손을 들지 않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의원들을 불러 주의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