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인기 BJ 6명 방심위 출두..사회적 책임↑ 실감

'철구형', '미키스나', '셀리' 등 인기 BJ 욕설·막말 방송으로 제재
방심위원들 "직접 제재보다 자정 노력 더 중요"
개인방송이 단순 무리 문화에서 사회적 영향력↑ 매체 '반증'
  • 등록 2016-02-04 오후 4:51:18

    수정 2016-02-04 오후 4:51:56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철구형’, ‘미키스나’, ‘셀리’, ‘범프리카님’ 등 40~50대 어른들이 들으면 생소한 예명의 젊은이들 6명이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통신소위원회 의견진술 자리에 출석했다.

이들은 인터넷 기반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유명 BJ(개인방송진행자)들이다. 각 BJ마다 수십만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TV 내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여느 스타 부럽지 않다.

이날 만큼은 고개를 숙인채 방심위 대회의장에 들어섰다. 머리 모양과 옷매무세는 보통 보는 여느 젊은이와 다르지 않았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입장하면서 이미 배석한 방심위원들에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이 참석한 방심위 회의 자리는 국내 방송·인터넷 사업자들이 극도로 기피하는 곳이다. 거대 지상파 방송 관계자들도 위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는다. 이젠 단골손님이 된 종합편성채널 관계자들도 매번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방송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무서운 곳이 방심위 의견진술 자리다. 특히 방송의 공적 책임 등의 가치 앞에서는 어떤 사업자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방송·통신 업계 어르신들이 모인 자리에 이들 인기 BJ들이 모인 이유는 간단치 않다. 이들은 자신들의 개인방송에서 욕설 혹은 장애인 비하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말과 단어를 사용했다.

팬과 BJ간 단순한 놀이일 수 있지만 방심위 민원으로 제기될만큼 문제가 커졌다. 방심위 측도 수십만의 팬덤과 이들의 영향력을 고려해 간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예컨대 방송중 욕설 문제로 이날 방심위 의견진술 자리에 출석한 ‘셀리’의 방송 애청자 수는 30만이다. 팬클럽 격인 학생 클럽만 5만명이다. 이중에는 셀리의 ‘찰진’ 욕을 들으러 오는 이용자도 있다.

방심위 위원들 “사회적 책임 느껴 자정 노력해야”, BJ들 “자중하겠다”

박신서 방심위 상임위원은 “지상파 방송사처럼 사회적 책임감은 느끼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 동생이나 내 조카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는가”라며 “BJ라는 말에 브로드캐스팅(방송)이 들어갔으니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기 BJ 철구형 이미지 검색 화면
아프리카TV 내 BJ등급 2위 ‘철구형’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직업정신을 갖고 조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직전 통신소위 모니터로 ‘철구형’의 욕설 방송 장면이 나온 직후였다. 자리에 앉은 방심위원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박 위원은 “모니터링은 직접 하나, 본인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철구형은 “직원 수는 3명”이라며 “조금 창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조영기 위원은 “아주 어린 청소년들이 많이 본다”며 “회사에서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홍승우 아프리카TV 이사는 “놀이처럼 방송을 즐기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재작년말부터 1인미디어가 떠올랐다”며 “개인방송에 대한 사회적인 주목이 커져 우리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임해야한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며 “사회적 영향력이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프리카TV 임원의 이 같은 말에 김성묵 위원이 질책으로 받았다. 김 위원은 “사회적 위험 수위가 극에 도달하는 상태”라며 “BJ를 하기 전에 소양 교육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전에 자율 규제를 해야지 그렇지 않다면 타율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도”라고 말했다.

BJ들과 아프리카TV 관계자들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BJ ‘철구’의 코믹 욕설 동영상에 웃었던 BJ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방심위원들의 화살은 다시 아프리카TV로 향했다.

장낙인 방심위 통신소위 위원장은 아프리카TV가 어떤 기준으로 BJ들에 대한 상을 주는지 질문했다. 홍 이사는 “시청자들의 투표가 좌우한다”고 대답했다.

기다렸다는듯이 장 위원장은 “내용을 안보고 외형만 보고 상도 주고 주식선택권을 주는 데 (기업이 결정한 것이라) 뭐라할 게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어떤 자정의 노력을 보여야하는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아프리카TV가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며 “BJ들도 청소년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밝은 내용을 전달하고 그런 방송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30여분간의 의견진술 시간이 끝나고 아프리카TV 관계자들과 BJ들이 퇴장했다. 위원중 한 명이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왜 저렇게 욕을 해?”라고 들리게 말했다. 굳었던 젊은 BJ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후 위원들은 BJ들의 자격 요건에 대한 토론을 했다. 부적합한 BJ는 사전에 차단해야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박신서 위원은 “(아프리카TV는) 자기가 BJ하고 싶다면 다 하는데 외국에는 약관이 있어 동의를 해야만 방송을 해주거든”이라며 “제약없이 무작위로 해주니까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과도기니까 거칠 수 밖에 없지만 한계점에 도달할 것 같다”고 재차 말했다.

방심위원들은 6명의 BJ들에 ‘이용정지’를 의결했다. 징계는 아프리카TV가 한다. BJ들은 7일 이상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할 수 없다. 6명중 4명이 아프리카TV로부터 베스트BJ로 선정된 이들이다. 부상으로 아프리카TV의 스톡옵션도 받았다. 아프리카TV 입장에서는 ‘관리소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2015년 이후 아프리카TV가 받은 시정요구건은 총 64건이다. 이중 아프리카TV 내 중징계라고 할 수 있는 이용정지는 20건이다. 19건이 장애인등 소수자 비하, 욕설 등이었다.

업계 내에서도 자체적인 정화 필요성 커

자체적인 정화의 방법은 없을까. 개인방송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개인방송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이 반영된 것 같다”며 “인기 BJ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자정 노력에 대한 필요성은 업계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MCN협회가 설립됐다. 트레져헌터 등 국내 대표 MCN업체들이 참석했다.

추진위원장으로 선임된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저작권 문제 등도 함께 알아가고 스스로 윤리강령을 만들어 막말 방송이나 상업주의에 대한 자정작용도 할 필요가 있다, 1인 미디어는 한류 콘텐츠 수출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MCN을 통해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아프리카TV나 이미 개인방송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나 카카오와의 관계 설정은 과제로 지적된다. 아직 이들은 MCN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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