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3조 원에 배민을 인수하려 했다가 배민이 거절하자 경쟁사인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에 1000억원의 마케팅 비 집행에 나섰고, 그래도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변하지 않자 1조7천억 원 이상을 높여 배민에 다시 한번 구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딜리버리히어로의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CEO는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와 아시아 지역 음식배달서비스를 함께 공략하자는데 뜻을 함께했고, 김 대표 역시 외스트버그 CEO의 뜻을 받아들여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했거나 공략하려는 아시아 지역 12개 국가의 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불한 4.75조 원의 가치는 김봉진 대표의 혁신성에 대한 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11년 창업한 동갑내기 회사..김봉진 대표가 형
시가총액 15조원을 넘긴 독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를 창업한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CEO는 세계 최대 배달 네트워크를 만든 창업가다. 스웨덴 출신으로 스웨덴 왕립기술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인 올리버와이먼에 입사해 5년 동안 컨설턴트로 일하다 온라인 주문배달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 온라인 피자주문 네트워크(Pizza.nu)를 만들었고, 30세이던 2011년 독일에서 딜리버리히어로를 세웠다. 미국, 아시아, 호주, 중동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진출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운영 중이다.
|
스타트업 투자 성공경험 보여준 배달의민족
이번 딜로 김봉진 대표에게 초기 자금 3억원을 출자했던 벤처캐피털(VC) 본엔젤스는 2993억원(지분 6.3%)의 가치를 인정받아 8년 만에 1000배 가까운 투자 수익을 거뒀다. 네이버 역시 2년 전 350억원을 투자해 6배인 1800억원을 벌었다.
적자를 보는데도 믿고 투자한 회사들이 대박을 실현한 것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해도 돈 벌 수 있다는 성공경험이 확산되면서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 벤처캐피털(VC)관계자는 “직원 100명 규모인 이스라엘의 작은 기업 웨이즈(waze)가 구글에 1조 3천억원에 팔렸는데 비슷한 국내 회사 김기사는 카카오에 626억원에 팔리는데 그쳤다”면서 “배민의 4.8조원 가치 평가는 국내 똘똘한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선순환 투자를 늘리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했다.
|
김봉진 대표는 돈을 벌지 못했던 시절에도 어르신들의 고독사 방지를 위해 꾸준히 기부해왔고, 100억원의 사재를 털어 사회에 기부하는 등 사회적가치에 관심이 있는 몇 안되는 스타트업 CEO다. 배민아카데미를 만들어 점주들의 성공을 도우려 했던 것도 식당을 하시며 끼니를 거르시는 어머님을 가슴아프게 기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이 한 회사(딜리버리히어로) 소속이 되면서 국내 배달앱 사용자의 98.7%를 차지하는 독점기업이 됐다. 시장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한 배달 수수료 인상이나 할인쿠폰이 줄어드는 등 소비자 혜택 축소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김 대표는 직원과의 대화에서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배민의 경쟁자로 쿠팡이츠나 카카오배달, 네이버 주문하기 등도 포함할 지가 관심”이라면서 “서비스 로봇 시장에 진출한 배민의 미래 모습은 푸드테크 기업이다. 공정위가 플랫폼 시장의 선점효과나 독과점성 외에 글로벌 관점에서 급변하는 시장 변화를 얼만큼 고려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