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폭탄에 빚부터 갚자"...신용대출 상환 행렬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 상단 연 8% 넘어서
우량차주도 6~7%대 신용대출 이자 부담해야
신용대출 조기 상환 러시 "이자 조금이라도 줄이자"
"대출 받아 '묻지마 투자' 세력은 아예 사라져"
  • 등록 2022-10-04 오후 7:17:29

    수정 2022-10-04 오후 9:20:46

날 서울시내 은행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직장인 김모(39)씨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신용대출 가운데 2000만원을 조기 상환했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받은 것을 포함해 수중에 보유하던 여유자금까지 끌어모아 대출 상환을 한 것이다. 김씨는 “요즘같이 대출금리가 무서운 기세로 올라가는 시기엔 여윳돈을 다른데 굴릴 여유조차 없다”면서 “목돈이 생길 때마다 대출 갚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조모(36)씨도 이달 들어 적금 만기액 3000만원을 신용대출 상환에 그대로 썼다. 조씨는 “한국은행이 다음 주 빅스텝을 밟으면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연내 9%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면서 “지금도 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더 오른다고 하니 비상금도 빼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신규 상품이 연 8%를 넘어서자 기존 차주들의 빚 상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대출은 전달보다 2조519억원 줄어든 125조5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139조5572억원)부터 10개월 연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이는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단기물 금리가 급등해 신용대출 금리가 치솟자 여윳돈이 있는 직장인들이 신용대출부터 갚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6.24%로, 2013년 7월(6.25%) 이후 9년 1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1주일새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4.903∼6.470%에서 5.108∼6.810%로 인상되면서 4%대 금리는 이미 사라졌다.

시장에선 은행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조만간 9%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오는 11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 12월에는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연 8%를 넘어섰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은 최고금리 8.12%를 기록했다. 하단도 7.22%로 7%를 넘겼다.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인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최고금리는 연 7.10%로 나타났다. 아무리 신용등급이 좋더라도 6~7%대 신용대출 이자 비용을 피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취약 차주들이 부담하던 금리를 지금은 우량 차주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은행권에서도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상환하려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금리가 워낙 오르다보니 새로 대출받는 고객은 거의 없는 상황으로, 여윳돈이 있는 차주들은 조금이라도 상환을 하겠다는 분위기”라면서 “고객들이 정기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주식 투자용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최근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투자 의지가 줄었을 뿐 아니라 고금리가 된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상황”이라면서 “과거 증시 활황 시기에는 신용대출이나 주담대 대출을 받아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현상이 사라진 것 또한 대출 잔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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