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군 장교로 복무하다 지난달 30일 제대한 권모(25·남)씨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술 먹고 돌아다니면서 SNS에 사진 올리는 사람들 보면 때리고 싶은 기분까지 들었다”며 “군부대 밖에 있는 사람들은 군인의 휴가 통제 사실에 관심도 없어 보여서 너무 허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회차 백신 접종까지 마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군인들이 급작스런 휴가 통제 소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서 군부대도 방역수칙을 ‘군내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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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지난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강화된 거리두기 지침을 적용해 휴가·외출·면회 등을 통제 중이다. 휴가는 전 부대 인원 중 10% 이내만 허용하며, 비수도권 거주자라면 장성급 지휘관 재량으로 추가로 5%까지 허용 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615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역대 최다 일일 확진자수다. 사흘 만에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논산 육군훈련소 또한 코로나19 집단감염 누적 확진자수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2일 만기제대한 박모(21·남)씨는 “군인이 집단 감염 확률이 높아서 휴가를 통제하는 방침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며 “그런데 부대 내에서 뉴스를 보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술집·노래방·유흥업소에서 집단 감염 발생하는 일이 많더라. 이런 사람들이 많아 화가 났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권씨 또한 “휴가 통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군인들은 그대로 멘털(정신)이 나간다”며 “안 그래도 좁은 부대인데 더욱 더 갇혀 있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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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재량이 큰 군부대 특성상 일관적인 지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변화하는 지침에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5월 입대해 면회를 한 번도 하지 못한 육군 병장 조모(24·남)씨는 이번 휴가 통제 지침에 대해 “10%까지 허용한다고 하는데 부대마다 다르다”며 “원래 7월 말에 다른 중대를 내보낼 예정이었는데 다 잘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맞으면서 마스크 착용도 안 하기로 논의하던 중이었는데 이번 코로나 확산으로 백신 접종자도 마스크를 의무 착용하는 방침으로 바뀌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육군으로 만기제대한 정모(25·남)씨는 “밀접접촉을 피하기 위해서 체육활동 종목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며 “축구는 가능하고 풋살은 못하게 한다는데 지침 기준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군부대 방역지침은 일반 방역지침보다 0.5단계 정도 조금 더 강화된 내용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모든 군부대에 일괄적인 지침을 내리지만 부대마다 지휘관 재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