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베 흔들리는 입지에 日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도 '흔들'

처리수 의견공모 기간 올 들어 3번째 연장
일본내 반대의견 만만치 않아…'제3의 안' 부상도
"투명한 정보공개…연안국들 공조체제 필요"
  • 등록 2020-07-13 오후 5:30:34

    수정 2020-07-13 오후 5:30:3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월 10일 국회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르면 올해 여름 해양방출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후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처분 방침이 연기될 가능성이 나온다. 코로나19 등의 대응 부실 등으로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여론의 반발이 심한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월부터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공모하고 공청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설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의견 공모기간을 세 차례나 연장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견공모 기간 세번째 연장

12일 경산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는 15일 끝날 후쿠시마 오염수의 처리방법이나 시기, ‘풍평피해’(소문에 의한 피해) 등에 대한 의견 등을 청취하는 마감기간은 30일로 연기됐다.

지난 4월 6일 시작한 의견공모 마감기간은 5월 15일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 연장된 데 이어 이번에 또 공모기간을 늘린 것이다. 경산성은 마감 기간 이유를 “의견을 정중히 듣기 위해”라고 밝혔다.

의견 공모와 공청회가 마무리 되면 형식적으로 정부의 방침을 발표하기 전 해야 할 절차는 일단락된다.

일본 내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올여름쯤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방침을 공식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는 원전에 스며들면서 방사능에 오염된 비나 지하수를 모아둔 탱크가 1000기를 넘어선다. 일본 정부는 2022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모아둔 탱크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란 분석에 따라 장기간 오염수 해양 방출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밟아왔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트라이튬(삼중수소)을 제외한 62종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뒤 물을 희석해 버리면 생태계와 인체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주장이다.

2016년 11월 경산성 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위원회가 발족됐고 지난 2월에는 대기 방출과 해양 방출 중 “해양방출이 훨씬 확실한 처분 방법”이라는 결론을 낸 보고서를 냈다.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수속이나 설비의 건설 등에는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올해 여름께는 처리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실제 코로나19로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고 국제사회 여론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틈을 타 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해야 하는데 역풍불까 우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출된 오염수를 한차례 처리한 물을 보관하는 탱크 [사진=AFP제공]
이같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은 바로 일본 국민이다.

이미 원전사고로 한 차례 피해를 입은 어민들과 농민, 이 일대 관광업 종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내 기초자치단체 19곳 중 15곳이 지자체 의회를 통해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는데 반대하는 의견서와 결의를 채택했다..

인근 미야기현 어협 역시 6월 지사에게 오염수 해양 방출에 반대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도 6월 총회에서 “해양 방출은 용납되서는 안된다”는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상태다.

지난 6월 30일 열린 도쿄에서 열린 4차 공청회에 참여한 전국소비자단체연락회는 “국가나 도쿄전력(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을 신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안전하다고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국가와 도쿄전력은) 사고의 책임을 질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강한 상황에서 이를 강행하기에는 아베 정권이 놓여 있는 정치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아베 정권 지지율은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친(親) 아베 정권 검찰 인사를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임용하려고 했다는 논란, 측근 의원들의 선거법 위반 의혹 등으로 하락일로다.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이런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 조기 실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권이 사분오열돼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 승리를 거두면 국정 운영 동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셈법이다. 그러나 내년 2021년 여름께 도쿄 올림픽이 예정된 상황에서 총선거가 열린다면 올가을께나 내년 봄밖에 시간이 없다. 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오염수 해양 방출을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크다.

경산성 고위관계자는 지난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취재에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장애물이 많다”며 공청회와 의견공모 이후 특별한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비용 들더라도 트라이튬 제거해야” 목소리도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에서는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트라이튬을 제거해서 해양 방출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 역시 러시아 국영원자력기업 로스아톰의 자회사인 로스라오에 위탁해 트라이튬 분리 실증실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원에너지청 전문가회의에서는 “실용화할 단계는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고 초기 검토단계에서 선택지에서 이를 제외했다. 하지만 토키와이 모리야스 전력중앙연구소 명예고문 등은 충분히 실용화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하려면 희석을 통해 농도를 낮춰서 버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캐나다나 심지어 우리나라 월성원전 등에서도 트리아튬이 포함된 물이 바다에 배출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역시 이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자국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처럼 그 양이 어마어마할 때도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지는 알 수 없다.

현재 후쿠시마 탱크에 저장돼 있는 트라이튬 총량은 약 860조베크렐로, 도쿄전력은 앞으로 30~40년간 희석해 배출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 경우, 매년 나오는 트라이튬 양은 27조~106조베크렐로 후쿠시마 제1원전 보안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연간 22조베크렐을 훌쩍 넘어선다.

일본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세슘 등 여타 방사성 물질들이 제대로 제거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가 더 선진화된 기술이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본과 바다를 접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UN)해양법협약에 따르면 각국은 연안국들에 오염에 따른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서 “IAEA를 중심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과정을 파악하고 일본정부에도 수시로 정보를 공유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인 핵 처리 메커니즘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연안국들의 공조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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