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단속 중 숨진 9급 해수부 공무원, 국가유공자로 첫 인정

보훈처 심의 결과, 어업감독공무원 중 최초
김원 주무관, 불법조업 단속정 폭발로 숨져
수개월 속탔던 유족 "작은 명예 회복돼 감사"
김영춘 "불합리한 위험직무 순직 개선할 것"
  • 등록 2017-10-25 오후 5:01:35

    수정 2017-10-25 오후 5:01:35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불법조업 단속 근무 중에 폭발 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20대 9급 공무원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25일 국가보훈처, 유가족에 따르면, 보훈처(처장 피우진)는 지난 24일 보훈심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해양수산부 어업감독공무원인 김원(29·선박항해 직렬) 주무관을 순직 공무원으로 의결했다. 이어 25일 전남서부보훈지청에 이 결과를 통보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순직 공무원으로 의결돼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것”이라며 “보름 정도 지난 뒤 관할 지청장 명의로 유가족에게 심의 결과를 최종 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대 9급 어업감독공무원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속정 폭발로 숨져..수개월 속탔던 유가족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 김원 주무관이 지난 7월25일 불법조업 단속 근무 중에 단속정 폭발로 숨졌다. [사진=MBC]
앞서 김 주무관은 7월25일 경남 통영에서 출동 중에 탔던 단속정(약 3t)이 폭발해 숨졌다. 당시 어업감독 공무원들이 욕지도 부근 해역, 항포구, 어선 등을 조사한 뒤 단속정의 시동을 켜자 엔진이 갑자기 폭발했다. 숨진 김 주무관은 올해 9급 공무원(국가직)으로 임용돼 해수부 남해어업관리단 어업감독 공무원으로 불법어업 감시·감독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사고 이후 유가족들은 정부에 위험근무 순직, 국립묘지 안장 등을 요청했다. 김 주무관의 부친인 김성식(62) 씨는 “국가를 위해 일하다 폭발 사고로 숨졌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안장해 이름이라도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위험근무 순직으로 인정받으려면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에서 순직 인정을 받은 뒤, 인사혁신처 위험직무순직보상심사위원회가 위험직무 순직을 승인해야 한다. 국민묘지에 안장되려면 보훈처의 보훈심사위원회,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위험직무순직, 국립묘지 안장을 인정받은 어업감독 공무원은 없는 상황이다. 임영훈 해수부 지도교섭과장은 “불법조업에 비무장 상태로 대응해야 해 위험이 큰데, 조직이 작고 여론의 관심도 적어 고생한 만큼 대우를 못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참조 이데일리 8월15일자<일하다 숨진 9급 공무원 순직 불투명..속타는 유족>)

유가족과 동료들은 백방으로 뛰었다. 유가족은 해수부, 보훈처, 인사처, 공무원연금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김 주무관의 부친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어업감독 공무원이 홀대받는 실태를 담아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동료 어업감독 공무원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김 주무관에 대한 위험직무 순직과 국립묘지 안장을 공개 건의하기도 했다.(참조 이데일리 8월30일자<해수부, 오늘 대통령 업무보고.."숨진 9급 공무원 살펴달라">)

위험직무 순직 심사 남아..김영춘 “제도 개선할 것”

김원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 주무관의 영결식이 7월28일 목포에서 해양수산부장(葬)으로 엄수됐다.[사진=해양수산부]
김원 해양수산부 주무관.[사진=해양수산부]
공무원연금공단은 8월23일 “공무상 인과관계가 매우 높다”며 순직을 인정했다. 보훈처는 이번에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다음 달에 열리는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유가족의 소원 중 하나는 이뤄지게 된다. 인사처 위험직무순직보상심사위 심의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심사위원장은 김판석 인사처장이 맡고 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어업 질서확립 업무수행 중 사망했을 경우 위험직무 순직으로 바로 인정돼야 한다”며 “공무원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고취하기 위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관련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부친 김성식 씨는 “여러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애써주신 덕분에 작은 명예라도 회복한 것 같다. 감사드린다”며 “어려운 여건에도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의 처우가 개선돼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평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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