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이경호 "기후 위기는 이제 일상의 영역"...'노아의 방주' 만든 이유

  • 등록 2020-12-08 오후 5:34:22

    수정 2020-12-09 오전 8:17:00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설치미술가 이경호 작가가 연이어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아의 방주-오래된 미래, 서기 2200년 연미산에서...’
이경호 작가는 최근 임수미 총감독이 기획한 ‘2020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에 설치 작품 ‘노아의 방주’를 선보였다. UStudio(제작 장태산·조상철, 기획보조 엘라)라는 프로젝트 그룹의 도움으로 이경호 작가 총괄기획을 맡아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기후 위기로 미래에 또 다른 대홍수가 벌어진 이후 벌어질 상상을 공주시에 있는 연미산 언덕에 방주로 표현했다. 숲 자락에 선미가 땅에 박힌 방주 안에는 작품의 제작 과정,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공간도 마련했다.

“작품명을 정확하게 소개하자면 ‘노아의 방주-오래된 미래, 서기 2200년 연미산에서...’입니다. 디자인을 한 기간 빼고 설치하는 데만 70일 남짓 걸렸습니다. 연미산 아래에서 중턱까지 기계 도움 없이 사람의 힘만으로 자재를 옮기느라 애도 많이 썼습니다. 자연과 함께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아 보람 있는 작품 활동이었습니다.”

이경호 작가는 1987년부터 2000년까지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귀국 후 미디어시티 국내외 미술제와 비엔날레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99년 50주년 기념 프랑스 파리 쌀롱 죤느 뼁트르 전에서 ‘Espace Paul Ricard’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허공으로 띄우거나 바닥에 날리는 일명 ‘검은봉다리’ 연작을 선보였다. ‘검은 봉다리’는 유명 건축물인 프랑스 롱샹성당,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 피사의 사탑,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등을 베경으로 만들어졌다. 건축물로 둘러싸인 도시, 산과 강이 보이는 자연 등에서 하늘에서 날리고 땅에서 뒹구는 ‘검은 봉다리’는 허무, 비판 등 다양한 형태의 무언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경호 작가의 ‘검은봉다리’ 연작의 일부
“검은 비닐봉지, 그러니까 슈퍼마켓에 물건을 담아주는 일반적 비닐봉지로 생태 운동의 주요한 모델로 제시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장소에서 사진 혹은 드론 촬영으로 시리즈를 만들었죠. 비닐봉지는 인간의 일상에 함께하는데, 어느 나라는 투명하기도 어느 나라는 흰색이기도 하죠. 그 비닐봉지가 검은 ‘석유덩어리’로 보이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 작가는 최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이 내다보이는 한 건물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이 작가의 컴퓨터에는 기후 변화의 현재와 곧 닥칠지 모를 암울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영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작가는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에 거대한 빙하가 거꾸로 잠긴 형태의 작품, 넓은 들판에 빙하를 상징한 거울 형태의 설치미술 등을 하나씩 설명해갔다. 이 작가는 앞서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으로 빙산이 녹고 있는 형태와 그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지구를 형상화한 적도 있다.

“아이를 늦게 낳았어요. 아이를 위해, 미래의 후손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죠. ‘검은봉다리’ 연작도 아이와 함께 만들기도 했어요. 최근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에 집중하는 이유도 미술가로서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죠.”

이 작가가 기후 변화에 대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때는 ‘지구와 사람’이라는 이름의 포럼에 참석한 이후였다.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질 무렵 환경 변화, 기후 위기에 대한 충격적인 현실의 재앙을 목도했다. 이 작가는 ‘사피엔스’ ‘지구의 정복자’ 등 몇몇 베스트셀러의 내용도 소개하면서 기후 위기의 현재를 진단했다. 지구의 온도가 현재보다 6도 올라가면 대멸종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마크 라이너스의 예측도 소개했다. 지난 대멸종에서 몇몇 종이 사라진 것처럼 이번 대멸종에는 인간이 사라질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담은 한 책의 내용도 들려줬다. 이 작가는 기후 위기를 우려하는 미술가로서 작품을 통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창원비엔날레, 금강비엔날레 등에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작가가 아닌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구성원으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습관도 많아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탄소제로 활동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5년 여 전에 전기차로 이동수단을 바꿨고, 사는 아파트에도 태양열 전기를 도입했어요. 미술이든 일상이든 달라진 현재가 우리 아이의 안전한 미래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이경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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