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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여행이 떠났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코로나19 극복 캠페인의 광고 타이틀이다. 항상 우리가 여행을 떠났기에 여행이 우리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가 우리의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여행객들이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자 비행기는 땅에 발이 묶이고, 항공업계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국제선 여객은 90% 이상 급감하고 국내선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화물기와 화물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여객 중심인 저비용항공사(LCC)는 경영에 특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도착지가 없는 ‘관광비행’ 상품의 활성화 모색에 나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큰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것보다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관광비행’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광비행은 우리나라 항공사업법에서 부정기편 운항 속하며, 합법적인 형태다. 항공사업법 시행규칙 제3조 2항에 따르면 관광을 목적으로 한 지점을 이륙해 중간에 착륙하지 아니하고 정해진 노선을 따라 출발지점에 착륙하기 위해 운항하는 것을 관광비행이라 한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도착지 없는 비행상품인 관광비행은 항공사 경영위기 타개책으로 여겨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관광비행은 외항사들 사이에서 선제로 많이 하고 있는데 대한항공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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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는 관광비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행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역발상’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고위관계자는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 자체가 여행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며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날로 높아만 가고 있는 가운데 여행에 대한 개념을 바꿔 이렇게라도 살아남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항공업계는 비행기 안에서 일출을 보는 상품, 울릉도와 독도를 볼 수 있는 상품 등을 개발 중이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등에서 기내식을 즐기며 기내에서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상품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들의 자격 먼허 유지를 위해 빈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비행은 항공업계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연장이 사라져버린 가수와 팬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에어콘서트’, 초대형 비행기 A380이나 최신형 항공기인 A350, B787-9 드림라이너 등 차세대 기종 체험 행사 등 다양한 관광비행 상품의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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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비행 ‘1호’가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가운데 많은 인원이 몰리면 방역의 부담이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또 국내선과 달리 국제선 항로를 이용할 때 기내 면세품 판매는 관세 문제도 얽혀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자체적으로는 관광비행에 대한 의지는 높지만, 출입국관리, 관세 등에 대한 장벽은 개별 항공사가 해결하기에 부담이라 일반인에게 확대되기까지 주무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