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명PI필름·탄소섬유 국산화, ‘월화수목금금금’ 10년 집념 결실

온갖 난관 뚫고 양산까지 최대 10년
코오롱인더 CPI, R&D·설비에 2000억원 투입
개발 지연 부담·'이 사업 되겠나' 회의적 시선도
효성, 탄소섬유 연구초기 시범설비 2곳 활용
전구체 섬유 제조 기술 승부 갈려
  • 등록 2019-08-07 오후 9:13:01

    수정 2019-08-07 오후 9:13:01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월, 화, 수, 목, 금, 금(토), 금(일).’ 주말은 잊은 채 신소재 개발에만 매달렸다. 업황에 따른 고객사의 사업화 일정이 미뤄질 때는 ‘이 사업이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장기간의 사업 지연은 개발 지속에 대한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경영진은 신소재에 대한 용도확장과 상품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연구진들이 연구개발(R&D)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양산화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10여년 만에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을 개발해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CPI(코오롱 투명PI필름의 상표명)연구그룹이 이뤄낸 성과다.

투명 PI필름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부터 한국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관련이 있는 신소재다. 유리처럼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수십만 번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남지 않아 차세대 폴더블스마트폰(폴더블폰)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CPI연구그룹장 송상민 수석은 “2005년 유색 PI필름 양산 성공 후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투명성을 갖는 차세대 PI 개발이 미래 디스플레이로의 변화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경영진과 연구개발 부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난관은 기술 개발과 정부 규제에 따른 어려움이었다고 했다. 송 수석은 “새로운 구조의 소재 개발이었기 때문에 신규 고분자 물질을 합성하는 문제와 이를 안정적으로 제조하는 공정 개발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며 “파일럿(Pilot·시범사업)을 통한 설비 개조 덕분에 최적의 제조방법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산 설비 건설과 시운전 시기(2017~2018년)가 화학산업 규제 강화시기와 맞물리면서 변경된 제도 내 첫 신설공장을 지었다”며 “선례를 참조할만한 설계 과정이 없어 안전 강화에 투자를 많이 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시운전을 마쳤다”고 회고했다.

국내 유일 기술력을 보유한 효성의 탄소섬유도 온갖 난관을 뚫고 신소재 개발에 성공한 사례다. 철보다 4배 더 가볍고 10배 강해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그동안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기술장벽이 높고 전략물자의 특수성으로 일본 기업의 독점체제가 40년 이상 이어져왔다.

효성은 철의 대체재로서 탄소섬유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 3년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 초기엔 안양과 전주 두 곳의 시범 설비를 활용해 연구개발을 하다 보니, 팀원들이 돌아가며 지방근무를 해야만 했다.

김철 효성기술원 상무는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고,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다 보니 낮에는 각종 스터디를 한 뒤 밤이 돼서야 계획한 테스트 일정을 소화했다”며 “개발 막바지에는 물성 품질 재현이 안돼 노심초사했다”고 기억했다.

전체 공정만 총 12개 단계로 연구개발비에만 1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공정마다 비법이 숨겨 있지만 전구체(前驅體) 섬유 제조(방사 라인)가 핵심기술이다. 방사 라인은 아크릴로니트릴(AN)에 열과 압력을 가해 생성시킨 고분자중합체(PAN)를 직경 5㎜속 1만2000개 구멍에 통과시켜 원사로 뽑아내는 기술로 이 과정에서 승부가 갈린다. 김 상무는 “선두기업인 일본 도레이도 전구체 섬유를 일본에서 직접 들여온다”며 “최대한 균일하게 끊김없이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소재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효성과 코오롱의 기술 중심의 경영 원칙과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경영진의 뚝심이 혁신적인 결과물을 가져온 것”이라며 “일본의 수출 규제를 우리 기업체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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