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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신소재에 대한 용도확장과 상품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연구진들이 연구개발(R&D)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양산화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10여년 만에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을 개발해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CPI(코오롱 투명PI필름의 상표명)연구그룹이 이뤄낸 성과다.
투명 PI필름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부터 한국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관련이 있는 신소재다. 유리처럼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수십만 번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남지 않아 차세대 폴더블스마트폰(폴더블폰)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CPI연구그룹장 송상민 수석은 “2005년 유색 PI필름 양산 성공 후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투명성을 갖는 차세대 PI 개발이 미래 디스플레이로의 변화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경영진과 연구개발 부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기술력을 보유한 효성의 탄소섬유도 온갖 난관을 뚫고 신소재 개발에 성공한 사례다. 철보다 4배 더 가볍고 10배 강해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그동안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기술장벽이 높고 전략물자의 특수성으로 일본 기업의 독점체제가 40년 이상 이어져왔다.
효성은 철의 대체재로서 탄소섬유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 3년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 초기엔 안양과 전주 두 곳의 시범 설비를 활용해 연구개발을 하다 보니, 팀원들이 돌아가며 지방근무를 해야만 했다.
김철 효성기술원 상무는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고,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다 보니 낮에는 각종 스터디를 한 뒤 밤이 돼서야 계획한 테스트 일정을 소화했다”며 “개발 막바지에는 물성 품질 재현이 안돼 노심초사했다”고 기억했다.
소재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효성과 코오롱의 기술 중심의 경영 원칙과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경영진의 뚝심이 혁신적인 결과물을 가져온 것”이라며 “일본의 수출 규제를 우리 기업체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