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산 재건축, ‘공사비 검증’에 20% 깎여…시공사들 ‘긴장’

‘공사비 검증기준’ 제정 전 3곳, 감정원 검증요청
한두달여 검증에 ‘마감재 비용 산정 오류’ 등 잡아내
둔촌주공도 최근 검증 신청…수수료만 3.5억
건설사들 불만 “집값 잡으려 후려치기할 것”
  • 등록 2019-11-28 오후 8:06:20

    수정 2019-11-28 오후 8:06:20

부산 내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광안리 해변 일대.(사진=김기덕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부산의 A정비사업장은 올해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진통을 겪었다. 시공사는 “지질조사를 해보니 지질조건이 일반토사에서 암(바위)으로 바뀌었다”며 공사비 64억9100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뒤늦은 추가 요구에 A사업장은 한국감정원에 공사비 증액분에 대한 적정성 여부 검증을 요청했다. 감정원은 이에 대해 53일 동안 검증을 거쳐 13억7488만원을 감액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감정원은 “시공사가 제시한 암 수량에 오류가 있고, 증가하는 콘크리트파일 수량의 단가 계산에 오류가 있어 감액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A사업장은 감정원 검증 결과를 토대로 시공사와 다시 공사비 협상을 벌여 상당 부분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날카로운 검증 “공사비 증액분 20% 깎아라”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을 마련해 시행하면서 A사업장처럼 공사비 검증을 요구하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공사비 검증기준’은 조합원 20% 이상이 검증을 요구하거나 서울의 경우 애초 공사 계약금 대비 5% 이상 상승시(지방은 10% 이상) 공사비 전체나 공사비 증액분을 감정원 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검증 의뢰하도록 의무화했다.

A사업장은 이번 검증으로 애초 시공사가 요구한 공사비 증액분에서 무려 21%나 삭감한 결과를 받게 됐다.

28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감정원에서 받은 결과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기준’ 제정 전에 감정원에 검증을 의뢰한 정비사업장은 총 3곳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에도 일부 사업장들이 공사비 검증을 요청해 검증 업무를 맡아왔다”며 “사업장 이름은 조합 동의 없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부산 B사업장이 평면 및 가구수를 변경키로 하면서 늘어난 공사비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 의뢰했다. 검증 의뢰 금액은 1374억4907만원. 감정원은 4주간 검증을 거쳐 ‘거푸집 단가 과다 책정’, ‘마감공사에서 일부 자재의 수량 산정 오류’ 등을 잡아내 29억2524만원을 감액해야 한단 결론을 냈다. 대구에선 올해 C사업장이 마감재와 가전제품 추가 등에 따른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분 353억3770만원을 검증 요청해 검증작업이 진행 중이다.

검증기준 시행 이후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포함해 총 4곳이 검증을 의뢰한 상태다. 최찬성 둔촌주공조합장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에 담긴 공사비 검증을 신청했다”며 “검증 수수료만 3억5000만원을 내 정밀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전체 설계변경 증액분에서 이미 42%를 깎아 제시한 것”이라며 “마감재 단가도 실비 단가로 넣어 검증에 자신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건설사 불만 “집값 잡는 수단으로 후려치기 할라”


하지만 앞으로 정비사업 수주시 공사비 검증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건설사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이어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한 정부 합동 현장점검 등 정비사업장의 숨통을 조이고 규제를 강화해온 정부가 내놓은 또다른 규제책이란 주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납득할 만한 실수를 지적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일방적인 후려치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분양가 상한제처럼 집값 잡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로선 가뜩이나 규제가 심해져 재건축사업이 진척이 더딘데 또 악재가 터진 셈”이라며 “업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검증에서 깎이면 공사비 줄다리기로 정비조합과 건설사가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이 지연될 게 뻔하다”며 “밑지고 장사할 순 없으니 사업을 포기하는 건설사가 나오지 말란 법 없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선 감정원·LH의 검증 결과 통보에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한다. 조합과 건설사간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검증 결과가 100%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감정원 측은 “당사자간 계약이라 강제할 순 없지만 시공사에서 우리 검증 결과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반대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조합으로선 일종의 협상카드를 받아드는 셈”이라며 “사업 진행에 무리가 올 수 있어 강제할 순 없지만 시공사로서도 무시하고 넘어갈 순 없으니 적정 효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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