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vs “안전 우려”…‘코로나19 백신 新냉전’ 전문가 판단은

러시아,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세계 최초 등록
“임상3상 건너뛰어” 美·英·獨 서방서 안전성 문제제기
“‘패스트트랙’ 신속 개발된 백신, 부작용 있을 수밖에”
신종플루 때와 달라…처음 접한 바이러스, 3상 거쳐야
  • 등록 2020-08-13 오후 5:43:05

    수정 2020-08-14 오후 3:59:41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두고 신(新)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영국·독일 등 서구(西歐)를 중심으로 의문 제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의 예방 백신이 신뢰할 만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자국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승인하고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러시아가 개발해 공식 등록한 스푸트니크 V 백신. (사진=뉴시스)


중국 백신 전문가인 타오 리나는 13일 관영 글로벌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보통 백신을 승인하기 전에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고자 3상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면서도 “러시아가 패스트 트랙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겨울이 오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악화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며,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방 국가가 러시아 백신에 우려를 표명하는 건 정치적 원인이 더 크다”며 “자국의 백신 개발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Sputnik) V’ 세계 최초 등록 소식을 직접 발표했다. 냉전 시대인 1957년 러시아의 전신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서 따왔다. 당시 라이벌인 미국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우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백신 이름에서 보듯 “러시아가 세계적 경쟁의 일부로 백신 개발을 바라보고 있다”, “안전보다 국가 위신을 우선에 두고 있어 걱정스럽다”라는 해외 언론 평이 계속되고 있다.

서방 과학자들은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임상 3상 시험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들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문제 삼고 있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달 중순께 7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1상이 끝났고 2상 시험의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3상은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항체 생성·지속력…백신효과 증명시간 안 돼”

‘세계 최초’란 타이틀이 붙은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 평가는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서구 시각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최혜숙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과장)는 “신약은 임상 1·2상을 통과한 이후 임상 3상의 대규모 대상자 시험을 통해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돼야 하는데, 러시아 백신의 경우 2상에서 수십명에게 실험됐고 결과도 명확치 않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시간적으로 볼 때 백신 효과가 항체 생성 및 지속에 관해 증명할 수 있는 연구시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정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 3상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 미국과 영국의 백신 임상 결과에선 항원이 몇 명에게서 발생했다는 일부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다”며 “보호 항원인지 여부는 별개 문제라 따로 검증해야 하는데, 러시아 백신에 대한 효능·효과는 현재로선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백신 종류는 △바이러스벡터 △불활화 △DNA △RNA △유전자 재조합 △바이러스 유사입자 등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피해는 가혹하다.

실제 1960년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은 질병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유아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1976년에는 돼지독감 백신을 4500만명에 투여한 결과 450명에서 면역 체계가 신경을 공격하는 길렝-바레 증후군(GBS·Guillain-Barre Syndrome)이 생겨 최소 30명이 숨졌다.

이 같은 안전 이슈 때문에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26년이 걸렸고,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은 5년 만에 콩고민주공화국 등 상황이 심각한 국가에서만 사용토록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 승인을 받았다. 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2016년이 돼서야 백신의 시험 사용 단계로 들어갔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플루 때처럼 동일한 인플루엔자에 관한 플랫폼을 이미 갖추고 있고 경험치도 쌓여 있는 상태에서 항원만 바꿔 끼는 사례와는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예 처음 접하는 신종 감염병으로 임상 3상을 거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부작용을 겪는 사람이 100만명 중 한 명과 100명 중 한 명이 나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속도에 집중해 안전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면 수만명을 상대로 인체에 백신을 접종할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현재 미국과 영국 등에서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서도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신은 건강한 사람들이 맞아 일반적으로 치료제에 비해 투약 거부감이 크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어설픈 백신…“항체 아닌 병원균 몸속 주입”

어설픈 백신 개발이 가져온 피해 사례는 국내에서도 보고된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12월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수두 예방 접종 프로그램의 효과’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허가된 백신 4개 품목 가운데 2개 품목의 효과가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 교수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연구팀이 확인한 4종의 백신 중 2개 품목은 각각 88.9%와 71.4%의 유효성을 보였다. 이에 반해 다른 2개 품목은 백신을 맞았음에도 예방 접종 효과가 없는 비율이 백신을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두에 걸리지 않는 케이스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케이스가 적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유효성은 각각 -5%와 -100%로 효과성 입증과는 무관한 마이너스 수치가 나왔다.

논문은 -5%를 기록한 백신은 모든 수두 예방 접종에서 절반 이상 사용된 백신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수두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된 뒤 법정감염병 중 환자 수가 가장 많았고 증가 속도 또한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수두 NIP가 시작된 2005년 만해도 1934명에 머물던 수두 신고 건수는 10년이 경과한 2015년 4만6330건으로 되레 폭증했다.

수두 예방 접종 프로그램의 효과 : 서울시 아동 대상에 대한 실험실 확인(Effectiveness of Varicella Vaccination Program in Preventing Laboratory-Confirmed Cases in Children in Seoul, Korea). (자료=대한의학회지(JKMS) 제31호 2016년 12월)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감염관리실장)는 “백신은 치료제와 달리 조건부 판매허가, 치료목적 사용 승인 등의 전제를 두고 3상 없이 인체 투여를 하지 않는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 불가피하게 투여되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치료가 아닌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투여됨으로 예방 효과와 함께 안전성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접종에 들어간다는 건 ‘인체실험’을 하겠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면서 “경쟁을 떠나 이 백신의 경우 임상 3상 연구가 없는 상태로 백신을 투여 받을 사람들에게 안전성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시킬 근거가 없기에 문제가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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