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지난 6일부로 서로 각국 대사를 추방시킨 데 이어 7일에는 각각 자국 내 체류 중인 상대국 국민에 대한 출국을 임시 금지하는 등 강경 조치로 맞불을 놓고 있다.
말싸움에서 외교전으로…‘강대강’ 치닫는 북-말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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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출금 시한에 대해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되여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담보가 완전하게 이루어질 때까지”라고 덧붙였다. 북한 내 말레이시아 국민들을 사실상 외교적 인질로 잡은 셈이다.
앞서 지난주에는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고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에 추방 결정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강철 대사는 지난 6일 쿠알라룸푸르를 떠났고, 북한 역시 같은 날 모하맛 니잔 주북한 말레이시아 대사에 대한 추방 결정을 내렸다. 모하맛 니잔 대사는 이미 지난달 21일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본국의 소환 명령을 받고 귀국한 상태였다.
이로써 양국은 모두 상대국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자국 내 상대 국민들의 자유로운 출국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로 응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건 대사관 철수·단교…“당장은 아니라도 가능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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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당국은 8일 열릴 내각회의에서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대사관 폐쇄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현지언론에서는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측이 문서를 소각하고 국기를 내리는 등 철수를 준비하는 분위기라는 보도도 나왔다.
대사관 철수가 현실화할 경우 외교적으로 남는 다음 단계 조치는 단교밖에 없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금 상황으로는 단교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북한이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출국을 금지한 조치는 말레이 국내에서도 상당히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고 말레이 정부로서는 북한 뿐 아니라 자국 내 국민 정서 등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는 데는 강철 북한 대사를 통한 북한 당국의 반응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마치 말레이가 북한에 대해 나쁜 의도를 꾸미고 있고 불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존심을 훼손하고 주권을 침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말레이시아의 최종 수사 결과 공식 발표를 앞두고 북한 정부가 이번 사건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걸 얻어내기 위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최대한 압박하는 것”이라며 “현재 말레이시아 내에 확실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고, 이번 사건 배후로 결론이 날 경우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나 국제사회에서의 불이익 당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