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산으로 갔다"…수사권조정 시행령에 일선 경찰들 '반발'

경찰청 ‘대통령령 입법예고안 현장경찰관 설명회’ 개최
대통령령 잠정안, 검찰 직접수사 범위에 마약·사이버범죄 포함
시행령 해석 권한, 檢의 재수사 요청시 송치 요구권 등도 주요 쟁점
  • 등록 2020-08-05 오후 5:34:22

    수정 2020-08-05 오후 5:34:22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검찰개혁 방향이 산으로 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속작업으로 마련된 대통령령에 대해 일선 경찰들이 반발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마약과 사이버범죄까지 포함되는 등 수사권 조정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규문 경찰청 수사국장이 5일 경찰청에서 열린 ‘대통령령 입법예고안 현장경찰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경찰청)
경찰청은 5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 현장경찰관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청 수사국장과 수사심의관, 수사구조개혁단장 등 본청 간부 28명과 지방청 및 현장 경찰관 90명이 참석했다.

앞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올해 초 통과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의 현장 적용을 위해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30일 당정청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검사가 직접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올해 초 통과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지만, 뒤에 덧붙인 내용이 경찰의 반발을 샀다. 마약 수출입범죄를 경제범죄의 하나로, 사이버범죄를 대형참사범죄의 하나로 포함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주요 범죄들에 대해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규문 경찰청 수사국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수사권 개혁은 경찰과 검찰을 대등 협력 관계로 설정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는 민주적 형사사법체계를 마련하는 것임에도 일정 부분에서는 우리 경찰청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수정 의견을 제시해 최적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명회 현장에서는 대통령령 잠정안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임성빈 남양주경찰서 영장심사관은 “마약범죄는 경제범죄, 사이버범죄는 대형참사범죄로 분류한 것은 검사수사권한을 여전히 폭넓게 인정해 법률이 정한 위임범위를 초과한 것”이라며 “70년 고생해 겨우 집 한 채 마련한 줄 알고 있었는데, 아직도 월세 임차인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선택 성남수정서 형사과장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현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위해 시작한 것인데도 개혁대상(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점이 안타깝고, 검찰권 축소라는 검찰개혁의 방향은 산으로 가버린 것”이라며 “검사 직접 수사범위 외에도 압수영장만 받으면 검사가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는 부분은 반드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대한 논란 외에도 시행령의 해석 권한을 법무부 단독 소관으로 뒀다는 대목이나 검찰의 재수사 요청 과정에서 송치 요구권을 부여하는 대목 등도 일선 경찰의 반발을 샀다. 정인태 동작서 보이스피싱전담팀장은 “대통령령은 양 기관의 사무를 포괄하기 때문에 공동주관이 당연한데, 단독주관을 하게 되면 한 기관이 독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두성 수사구조개혁4팀장 역시 “개정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 대상범위를 임의로 확장하고 자의로 해석하거나 재량의 여지를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이종서 수사구조개혁1팀장은 “잠정안이 법 개정 본래 목적인 ‘검찰개혁’ 취지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정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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