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첫해..현대기아차 "털건 털고 가자"

품질비용 3.4조 반영..현대차 손실·기아차 흑자폭 줄어
정 회장 취임 맞춘 부실 일시정리 '빅 배스' 전략 평가
향후 품질관리가 관건..현대기아차, 관련 업무 개선
  • 등록 2020-10-26 오후 5:14:48

    수정 2020-10-26 오후 9:59:55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영상을 통해 취임 메시지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대기아차가 3조 3600억원의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면서 현대차는 3138억원 손실을, 기아차는 영업이익 폭이 대폭 준 1952억원의 흑자에 머물렀다.

다만, 품질비용 반영이 없었다면 현대차는 1조 8000억원, 기아차는 1조 5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해외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기록한 성과로는 괄목한 만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위기 속 성과’란 찬사를 뒤로 하고 왜 올해 3분기에 대규모 품질비용을 실적에 반영했을까. 재계에서는 ‘빅 배스’(Big Bath) 전략이란 평가가 많다. 빅 배스는 ‘목욕을 깨끗이 해서 더러운 것을 씻어낸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용어로,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한번에 제거하는 회계기법이다. 보통 새로운 경영자가 임명된 후 전임자의 재임 기간에 누적됐던 손실이나 잠재적 부실 요소를 한번에 털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엔 정의선 회장의 취임에 맞춰 과거 부실을 털어내고 새롭게 출발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세타2엔진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15년과 2017년의 일이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엔진 리콜 비용을 처리하기 위해 2018년 3분기 4600억원(현대차(005380) 3000억원·기아차(000270) 1600억원), 2019년 3분기 9200억원(현대차 6100억원·기아차 3100억원)씩 충당금 형태로 손실 처리했다.

올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엔진 평생 보증 프로그램 제공에 따른 비용을 반영해야 해 품질비용 규모가 대폭 커졌다. 특히 보증기간을 예상보다 긴 19.5년으로 늘리면서 미래에 발생할 문제까지 모두 대비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덕분에 비록 3분기 실적은 ‘엉망’이 됐지만, 현대기아차는 더이상 세타2 엔진으로 인한 품질비용을 부담하지 않게 됐다. 정 회장 취임에 맞춰 미래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품질비용 반영으로 올해 경영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74조 7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 1403억원으로 53.3%나 줄었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누적 매출은 42조 2575억원으로 0.5%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7849억원으로 44.7%나 감소했다.

해외판매가 상승세를 타면서 4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연간으로 전년보다 나은 실적을 기대하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내년은 올해의 기저효과로 인해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이 경영을 책임진 첫해에 ‘서프라이즈’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변수는 있다. 또 다시 품질 문제다. 현대차는 코나 전기차 화재 문제로 인한 리콜을 진행 중이다. 올 들어서도 제네시스 GV80 엔진 떨림 현상과 그랜저 누유현상, 아반떼 에어컨 소음 등 끊임없는 품질 문제가 발생해 왔다. 이같은 품질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이번에 시도한 과감한 ‘빅 배스’ 전략 효과도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도입 △품질 불만 사례 데이터화 △관련 부문 협력체계 구축 등을 방향으로 품질 관련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세타2엔진 결함으로 인한 품질비용을 한번에 털고 가는 것처럼 고질적인 품질 문제 역시 해결해야 ‘빅 배스’로 인한 효과를 전적으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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