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유튜버·친여 지지자 ‘발길’…野 “인격살인 명예훼손” 맹비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건물 옆면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김씨의 얼굴을 본뜬 듯한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글귀가 적힌 벽화가 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쥴리’는 이른바 ‘윤석열 X파일’에 나와 있는 김씨의 별칭으로, 유튜브 등 일부 온라인을 중심으로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할 당시 사용한 예명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쥴리의 남자들’이라고 적힌 첫 벽화에는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혀 있다. 이 서점은 올해 4월 말 문을 열었고, 벽화가 그려진 건 2주 전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벽화가 완성되고 나서도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했으나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쥴리 벽화로 논란이 일자 전날부터 우파 성향 유튜버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차량 3대를 벽화 앞에 나란히 주차해 그림을 가렸다. 친여 성향의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지면서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현장에 인력을 배치해 인근을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융단폭격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판이 아무리 엉망이라도 대한민국의 수준이 여기까지 왔나”라고 한탄하면서 “당연히 배후가 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혼자 행위라고 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저질 비방이자 정치 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바로 옆 건물에 스피커를 달아 이재명 (경기)지사의 형수 욕설을 계속 틀고 벽에 여배우 스캔들을 풍자하는 벽화를 그리면 뭐라고 할까”라며 “야당 지지자들은 그따위 추잡하고 더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벽화를 내 건 사람으로 ‘대깨문’(강성 친문 지지세력)을 지목했다.
정의당도 與 비판 가세…전문가 “지지율에 큰 영향 없을 것”
정의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혐오적 흑색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SNS에는 ‘쥴리’를 말하는 게시글들이 넘쳐난다”면서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들이 나서서 지지자들에게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행태에 민주당이 뒷짐을 지고 가만히 있는 태도는 이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의도나 다름 없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논평 등 공식적인 반응을 내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쥴리 벽화’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성숙한 민주주의와 품격 있는 정치 문화 조성을 위해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여야 후보 간 비방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비방 벽화는 미국 대선에서도 간혹 등장한다. 앞으로 여야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벽화 공세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네거티브 공세도 진화하면서 벽화, 동영상 등 훨씬 다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윤 전 총장이든, 이 지사든 각종 논란들은 이미 지지율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새로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