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는 먼일…더딘 제도 변화가 걸림돌

[고금리 장사 먹잇감 된 K-벤처]③
모험자본 공급 늘리라는 당국
나쁜 대출 양산하는 증권사
보완 제도는 국회 계류 中
  • 등록 2022-08-10 오후 9:56:23

    수정 2022-08-10 오후 10:26:22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해외에서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성장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는 벤처대출이 국내에 정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민간영역의 자금공급 촉진과 창구 다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제도적 여건 마련에는 허점이 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강화를 위한 ‘증권사의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안에는 벤처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한 여러 조치가 포함됐다. △증권사 겸영 업무에 벤처 대출 추가 △증권사의 초기 중견기업에 대한 대출·투자 관련 건전성 규제(NRC·영업용순자본비율) 완화 등이다. 2025년까지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기업 신용공여 비중을 50%로, 자기자본 대비 모험자본 비중을 1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위는 “증권사들이 본연의 역할인 모험자본 공급보다는 신용공여, 부동산PF 채무보증 등 무난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업무에 편중해왔다”며 “현장에서 업무 범위로 인해 모험자본 공급에 어렵다는 부분을 반영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증권사들이 속속 벤처뎃(Venture Debt) 모델 마련에 나선 데에는 금융위의 강화된 압박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10% 중반의 고금리 원리금상환에 리스크를 낮추기에 유리한 특약만 넣는 방식으로 직접대출 방안을 고안, 질적 수준이 나쁜 대출만 양산되는 양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여건상 증권사가 벤처기업 성장을 위한 공익적 구조의 대출을 적극 설계할 유인이 없다”며 “민간 금융사에서 벤처기업 도와주자고 복잡한 모델링을 하겠나.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보완책과 유인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성장 사다리로 통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소액의 신주인수권(warrant)을 받는 대신 낮은 이자에 대출을 제공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신주인수권을 통해 추가 수익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벤처대출 시에 신주인수권 발행이 상법상 금지돼 있다. 신주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경우에만 신주인수권을 발행하도록 허용하고 있어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기업이 금융사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3월 기업이 금융사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료=중소기업벤처부)
정부가 제도적 위험관리 수단을 더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험회피적 성향을 가진 금융기관을 벤처대출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부실 부담이 덜한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

전성민 가천대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우선 신용위험 분담제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벤처대출 연계에 특화된 VC에 모태펀드가 출자를 하거나, 신용보증기금 또는 기술보증기금이 벤처대출에 특화된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VC들과 협업해온 기관들이 투자기업의 후속 지분투자 계획을 검토해 보증서를 발급하고, 금융사가 그 보증서를 근거로 대출하는 방식”이라며 “실리콘밸리 대출의 경우에도 스타트업을 잘 아는 VC들과 협업이 잘 되면서 지금 같은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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