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은 왜 ‘이태원 희생자’ 명단공개 무리수를 뒀나 [이슈분석]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후폭풍
전방위 압박→정권 퇴진운동…`세월호 참사` 데자뷔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부적절" 반응
전문가 "참사의 정치 활용 역풍 가능성도"
  • 등록 2022-11-15 오후 3:24:25

    수정 2022-11-15 오후 9:19:4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진보진영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법적 대응을 언급하는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도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참사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던 진보진영의 계획도 다소 어긋나는 모양새다.

(자료= 시민언론 민들레 홈페이지 갈무리)
명단 공개…전방위 압박→정권 퇴진운동…‘세월호’ 데자뷔

지난 14일 진보 성향 매체인 더탐사와 민들레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이들이 반발의 여지가 있는 희생자 명단 공개를 굳이 강행한 이유는 앞서 지난 7일 국회에서 찍힌 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해당 단체 대화방에서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알려진 한 참여자는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이 끝났음에도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들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의도적인 축소·은폐 시도”라며 “유가족과의 접촉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당 차원의 발표와 추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민주당에선 당의 판단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진보 진영의 행보는 해당 문자의 주장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부 움직임에선 ‘세월호 참사 데자뷔’도 느껴진다.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대규모 정권 퇴진 집회, 유가족을 중심으로 한 조직 구성 등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졌던 장면들과 현재 모습이 겹치는 대목이 많다.

실제 최근 진보진영 주도로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서울 시내 집회에선 ‘퇴진이 추모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희생자 명단 공개도 이 같은 동시다발적 정권 압박의 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소속 의원 일부는 주말 정권 퇴진 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미 이재명 대표 주도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국정조사 및 특검 추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까지 시작하며 장외 투쟁도 불사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 소속 20여명의 의원은 15일 희생자들의 실명을 담은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추진하고,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해 유가족 간의 소통을 돕겠다고 밝혔다. 참사 유가족 협의체 구성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의)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며 공개 발언을 한 바 있고, 전날엔 유가족과의 비공개 면담을 통해 민주당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수위와 시기의 차이가 다소 있을 수 있지만 강성 진보진영의 목소리와 민주당의 행보가 유사해지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는 셈이다.

12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14차 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부적절” 반응…민주당 역풍 우려

하지만 정권 압박 카드였던 ‘명단 공개’가 자충수가 되는 모양새다. 여당에서는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로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고,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족의 동의없는 일방적 희생자 명단 공개에 분노한다.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고,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명단 공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뿐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우려가 흘러나온다. 세월호 참사 당시 진보진영이 한 목소리를 냈고,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다. 유가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성명을 통해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명단 공개로 인해 민주당이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안이 단순 추모가 아닌 정치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고, 더탐사와 민들레가 명단을 공개했다”며 “양측이 서로 관련이 없다고 할지라도, 두 사실이 겹쳐 보이게 되면 일반 시민은 정치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결국 민주당이 역풍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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