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융위 전금법 맹폭…"소비자보호 무관, 업무 이해부족 탓"

이주열 한은 총재,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 참석
"금결원에 빅테크 고객 정보 집중, 소비자 보호와 무관"
"전금법 개정안, 중앙은행 고유 업무 `지급결제` 훼손"
  • 등록 2021-02-23 오후 4:03:25

    수정 2021-02-23 오후 4:03:25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상대기관, 정책기관끼리의 상대방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부족하다.”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에 빅테크 고객 거래 내역을 집중하도록 해 금융위원회가 이를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에 필수적이지 않고 관련도 없다.”

금융위원회가 추진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불필요한 법안이라며 맹비난했다. 해당법안에는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의 모든 고객 거래 정보를 금결원에 집중시키고 금결원 업무 규정 승인권과 검사·제재권을 금융위원회가 모두 관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밥그릇 싸움? 번지수 다르다”


이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가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이를 메워주고 지급결제의 완결을 중앙은행이 하는데 금융위가 이를 하게 되면 당연히 충돌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A은행과 B은행 고객들이 많게는 하루 수백만 건의 거래를 하고 두 은행은 최종적으로 서로 지급해야 할 금액을 그 다음 날 오전 11시 한은 금융망을 통해 결제한다. 이때 금결원은 두 은행에 얼마를 줘야 하는지 계산해 알려주는데 이를 청산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한은이 하는 ‘지급결제’ 중간 단계에는 ‘청산’이 포함될 수 밖에 없고 이를 이유로, 한은이 금결원을 관할해왔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전금법 개정안에는 빅테크 업체가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자사 고객간 계좌를 상계처리하는 것도 ‘청산’으로 보고 이것을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맡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결원은 지금까지 금융회사간 외부 청산만 처리했는데 같은 페이를 쓰는 빅테크 고객간 거래를 상계 처리하는 새로운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빅테크 업체 신뢰도가 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소비자를 보호를 위해 거래내역을 상시적으로 들여다보고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이 총재는 “금결원 결제시스템에 빅테크 내부거래를 포함하면 이질적인 업무로 인해 지급결제의 생명인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급결제를 누구 가져가느냐, 금결원을 누가 관리하느냐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선 “곤혹스럽다”면서도 “번짓수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지급결제 리스크 관리 기준을 정하고 지급 불이행이 생기면 유동성을 정해 종합 관리하는데 전금법 개정안에는 이런 것들을 금융위가 가져가게 돼 있다.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을 감독당국이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금융위 주장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금결원이 고객 거래 정보를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 관련 없다”며 “얼마든지 다른 수단으로 가능하다. 개정안에는 빅테크 업체에 예치된 선불충전금을 외부에 위탁하도록 돼 있고 감독권도 발동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금융위가 금결원을 관할권에 두려는 취지이지, 소비자 보호 목적은 아니란 게 한은의 주장이다. 한편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5명(총재, 부총재 제외)은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중앙은행이 취급하는 결제업무와 상충된다. 해당 조항을 보류하고 나머지를 추진해야 한다”며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은법 개정 노력했으나 다른 부처에 의해 몇 차례 무산”

한은은 앞서 금결원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업체 고객의 쇼핑, 송금 정보등을 모두 들여볼 수 있다는점에서 자칫 금융당국이 ‘빅브라더’가 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빅브라더는 1949년 조지 오웰의 소설 제목으로 정보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감시자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현재 금결원을 관할하는 한은 역시 ‘빅브라더’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금결원으로 가는 정보는 지급결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은행과의 청산에 필요한 정보만 가기 때문에 (개인 거래 정보를 수집하는) 빅브라더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금융위, 금결원이 일일이 개인 정보를 보지 않고 필요할 때 본다고 하지만 모아 놓고 볼 수 있게 하는 것 자체에 빅브라더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이는 법무법인 등의 자문을 받은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법에 한은의 지급결제에 대한 감독권 등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에 대해 “한은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그때마다 다른 부처의 반대로 무산했던 경험이 몇 차례 있다”고 말했다. 1999년 한은에 있었던 은행감독원이 분리돼 현재의 금융감독원이 된데 이어 2011년엔 한은에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두고 한은과 금융당국이 갈등을 빚어 한은법에 한은의 설립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을 명시하는 수준에서 갈등을 봉합하는 등 권한 강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립해왔다.

현재 기재위에는 한은이 금결원에 검사 및 시정 요구권 등을 담은 한은법 개정안(양경숙·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이 계류돼 있어 정무위의 전금법 개정안과 대치를 이루고 있다.

일각에선 무자본 특수법인 한은이 제3자인 금결원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나 “한은은 법이 정한 바에 따라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최근의 판례도 있다”며 이 총재는 반박했다. 작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한은이 지급준비금 적립 의무를 위반한 하나은행에 과태료를 부과한 것에 대해 공권력 행사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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