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항공사들도 울상이다. 또 해외에서 한국인들 입국 거절 조치가 속속 나오면서 국내선 항공뿐 아니라 해외로 가는 항공 운항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항공주의 1분기 실적 눈높이를 낮춰야한다고 조언했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한한공은 전 거래일 대비 6.16% 하락한 2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나항공도 전일 대비 6.09% 하락한 4240원에 거래를 끝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11%대, 진에어(272450)는 8%대, 제주항공(089590) 6%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에어부산(298690) 3% 넘게 떨어졌다.
이들 업체 주가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우선 항공사들은 대구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대구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 항공사는 대구~제주(일 2회), 대구~인천(일 1회) 노선을 운행해왔다.
LC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주항공은 25일부터 29일까지 대구~제주 노선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고, 에어부산도 24일부터 같은 노선에 대한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LCC는 코로나19의 발원지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운항하고 있는 탓에 수요가 급격히 줄어 하락폭이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적기 항공사들도 아시아를 제외한 장거리 노선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세계 곳곳에서 코리아 포비아(한국인 공포증)으로 인한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24일) 오전 기준 한국인 입국제한 국가는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와 이스라엘, 요르단, 바레인 등 15개국으로 집계됐다.
이에 항공사들은 지난달 뿐 아니라 올 1분기 실적도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국내 9개 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 줄었다”며 “일본 여행 보이콧 이후 침체된 항공시장은 겨울 성수기와 설연휴 효과를 통해 반전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 탓에 다시 분위기가 꺾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인천국제공항 이용 항공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정도 줄었다고 했을 정도로 2월부터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모습”이라며 “이에 따라 1분기는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당초 예상보다 더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CC를 중심으로 올 상반기까지 실적 둔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불매운동 여파와 홍콩사태 영향이 회복되기도 전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항공 수요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단거리 노선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대형항공사 대비 LCC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반기 이익 개선을 노리던 업체들에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가도 단기에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잇따라 발생한 악재들로 위축된 중·단거리 노선수요와 제주항공 등 LCC의 주가도 단기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추천한다”며 “다만 제주항공의 경우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등 시장재편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