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강남 침수 되풀이…"대규모 배수터널 만들어야"

강남 사거리 저지대로 사방서 물 고이는 지형
반포천 통수능력 부족으로 침수 잦아
"현재 강우 방어 능력 85mm는 폭우 대응 역부족"
"인명 피해 최소화 할 시스템 마련도 필요해"
  • 등록 2022-08-09 오후 7:12:50

    수정 2022-08-09 오후 8:51:34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 8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의 고질적인 침수 지역인 강남역 일대를 비롯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겼다. 전문가들은 강남 지역의 침수 원인으로 물이 모이는 지형과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제반 시설 부족을 꼽는다. 여기에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 및 예방 대책이 부족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역 일대가 상습 침수 되는 이유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강남 사거리는 북쪽으로 역삼 고지대, 남쪽으로 뱅뱅 사거리, 동쪽으로 신사동 사거리 등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사방에서부터 물이 모여들어 고이는 지형이다. 또 모인 물이 한강이나 주변 큰 강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침수가 잦았다.

게다가 도시 개발로 도로가 전부 아스팔트로 포장 돼 있어서 땅 속으로 물이 스며들 수도 없다. 호우가 내리면 서운로 하수관로로 빗물이 집중되면서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할 수밖에 없다. 이에 2010년 9월과 2011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구수역 경계조정 및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를 추진했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가 올해 6월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완공으로 확보한 강우 방어능력은 시간당 85mm다. 지난 8일 강남 일대에서 내린 비는 시간당 110mm로 이를 훨씬 웃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당장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강남에 모인 물을 한남대교 남단에서 한강으로 퍼 넘길 수 있는 대규모 지하 배수터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동지하배수터널을 예로 들며 “목동 역시 상습 침수지역이었는데, 지난 2020년 배수터널이 생기고 물이 지하로 모여 안양천으로 물을 퍼넘기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 역시 “서울시에서 저류지 개선이나 배수관 확장 등을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이미 여러차례 증명됐다”며 “지하 30~50m에 대규모 터널을 만들어 한강으로 빗물을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평소에 터널을 자전거 도로 등으로 활용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물순환국 관계자는 “반포천 자체가 복개하천이고 한강 수위 영향을 받아 유역분리터널을 무한정 크게 만들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한강으로 흘려보내는 터널 역시 펌핑장 등 고려해야 될 사안이 많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침수를 막는 것 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성일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시설 증대는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침수시 물막이판 설치, 대피 방안, 돌봄 시스템 등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의 도로에 빗물이 고여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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