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메리츠운용 대표 "기업이 여성인력 늘리면 사회 편익도 커진다"

[민간기업 유리천장 깨기]②전문가 인터뷰
"여성친화적 기업이 초과실적…韓 성과 더 좋을 듯"
"기업 넘어 사회편익도 커져…국민연금 활용해야"
"더우먼펀드 兆단위로…펀드 선물하기 등 준비중"
  • 등록 2019-02-18 오후 5:21:00

    수정 2019-02-18 오후 5:21:00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진=송이라 기자)


[이데일리 이정훈 송이라 기자]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더 높은 수익이 나온다는 건 이미 입증됐습니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이 이런 기업에 투자한다면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투명성 제고, 출산율 상승 등으로 사회적 편익이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 전도사`로 잘 알려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그런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 리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여성친화적인 기업들 가운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한 기업을 발굴해 집중 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를 출시했다. 펀드 운용도 직접 맡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여성친화적 기업이 경영실적 더 좋아…韓기업에 더 큰 성과 기대”

존 리 대표는 “국민의 절반, 소비자의 절반이 여성인데 기업들의 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며 “여성 인력 활용도가 높아지면 이런 여성들의 니즈를 잘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내부문화나 의사결정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고 이 덕에 회사가 유연해지고 변화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것인 만큼 기업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여성친화적인 기업들의 수익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건 실증적으로 입증됐다”고 했다. 실제 다국적 컨설팅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2017년 기준 12개국 1000개 이상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4분위로 나눌 때 최상위 기업들이 최하위 기업들보다 영업이익이 21%, 장기 가치창출력이 27% 더 높았다고 밝혔다. 미국 종합 경제지인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지난 2004~2008년 재무성과 분석에서도 여성 임원이 3명 이상인 기업이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에 비해 매출액대비수익이 84% 더 높았고 투하자본이익률도 60% 높았다.

그는 특히 한국 기업들이 미국 등 서구국가에 비해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 등 국가에서는 과거에 비해 젠더(gender) 이슈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성친화기업들이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반면 우리 기업들의 경우 여성 임원을 늘리고 인력을 적극 기용할 경우 회사가 완전히 다른 색채를 띌 수 있다”고 점쳤다.

◇“기업 넘어 사회편익도 높아져…큰그림 보고 국민연금 활용해야”

그러나 존 리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성친화적 기업이 늘어날 경우 사회 전체의 편익까지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상대적으로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줄어 투명성이나 지배구조가 나아질 수 있고 특히 투자를 통해 여성 인력 활용도를 높인다면 우리 사회를 바꿈으로써 수많은 불필요한 비용까지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기업체 취업이 쉬워지면 출산율이 높아져 막대한 저출산 정책지원자금이 줄 수 있고 경쟁적인 사교육 열기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결국 이는 기업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국민연금기금이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투자를 진행할 때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 등을 잣대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여성가족부 방침에 대해서도 “(그렇게 투자한다면) 국민연금이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이를 단순히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나 운용의 자율성 측면에서만 얘기하는 것은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이 여성 인력 활용도 제고를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고 후생연금(GPIF) 최고책임투자자(CIO)까지 나서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이같은 사회적 편익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인력 확대와 임원할당제 등에 대해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교육시스템의 후진성과 노후화에 있다고 보고 있다. 존 리 대표는 “아직도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가 남성의 일자리를 뺏는 것으로만 인식되는 건 교육의 실패에서 오는 편견”이라며 여성이 기업으로 들어와야 다양성이 확대될 수 있으며 남성만으로는 경제 발전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회적 편익을 위해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두가 이 이슈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우먼펀드 1조~2조 키우고파…펀드선물하기 등 서비스 준비”

지난해 11월 출시한 `더우먼펀드`는 현재 8%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대비 0.8%포인트 정도 초과수익을 내고 있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에서 직접 종목군을 고르고 여성친화 정도에 따른 점수를 매겨 최종적으로 투자종목을 정한다”며 점수화하는 과정에 사내·사외이사 등 이사진내 여성 비율, 남녀 직원간 급여 차이, 여성인력들의 근속연수 등 다양한 지표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우리 기업들의 여성관련 데이터가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애로”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관련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업에 질문하고 답을 듣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우먼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16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존 리 대표는 “판매사 없이 직접 판매하고 있고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는데도 하루 1000만원 정도씩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를 1조~2조원 규모의 대형펀드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래야만 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펀드 수익률도 더 좋아질 수 있고 기업과 사회를 바꾸는 힘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메리츠자산운용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투자를 권유하는 한편 개인투자자 기반을 늘리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존 리 대표는 “언제까지 기관만 기다릴 순 없는 만큼 먼저 개인이 움직이도록 하고자 한다”며 향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펀드 선물하기`와 같은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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