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고용정책 본격화…정규직화 민간 확산하나

재계 제빵기사 본사 직접고용 이은 양대지침 퍠기에 긴장
직접고용만 정답인 것으로 여길 경우 기업 경쟁력 훼손
"정규직 보호 강화하면 일자리 진입장벽 높아져" 지적도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해왔던 잘못된 관행을 점검해야
  • 등록 2017-09-25 오후 7:38:03

    수정 2017-09-25 오후 7:38:03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리바게뜨 시정지시는 파리바게뜨에 국한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이재 기자]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한데 이어 양대지침 폐기를 공식 선언하는 등 ‘문재인표’ 노동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대지침이란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가능하도록 한 ‘일반해고 지침’과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지침’을 말한다.

재계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 전원을 직접고용하도록 한 이번 조치가 정규직 전환 정책을 민간기업까지 확산하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민간기업에 직접고용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가 양대지침을 폐기하는 등 고용유연성은 경직화하면서 정규직 채용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경영환경이 악화할 수 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고용부 “본사-제빵기사, 근로계약 없어도 불법파견”

고용부는 이번 파리바게뜨 사례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사업주가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채용·평가·임금 등 인사 및 노무 전반에 개입한 경우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한 법원 판례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명칭과 관계 없이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일례로 지난 2월 10일 선고된 현대자동차 2심 판결에서는 현대차가 2차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행사한 경우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 봐 불법파견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노사 합의를 거쳐 하청업체 근로자를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부가 과거와 달리 불법파견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 기업의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위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그간 정부는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거나 처분을 내려왔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직접고용만이 정답인 것으로 여겨질 경우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기업에 정규직 고용을 강제할 경우 채용을 기피해 되레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도급업체나 자회사를 통해 인력을 사용하는 것은 고용유연성 뿐 아니라 전문성을 강화해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고용안정성은 담보되겠지만 자칫 관련 업계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규직 보호 강화하면 일자리 진입장벽 높아져

전문가들은 복잡다변화한 산업구조에 대한 고려없이 ‘정규직은 좋고 비정규직은 나쁘다’는 식의 도식적인 인식아래 정책을 펴나갈 경우 사업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 산업구조에서 생산과 영업 등은 네트워크가 많이 발전했는데 이를 단선적인 구조로 직고용하는 것은 업계에 상당한 무리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만약 이번 조치가 프랜차이즈업계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시그널이라면 위험한 결정이다. 프랜차이즈업계는 특성상 다양한 가맹점과 본사, 파견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네트워킹돼 있다”면서 “여기에 속한 노동자로서는 지휘·명령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사실은 협력적 관계라 수직적인 지휘·명령과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이를 무시하고 업계에 대해 전반적인 정규직 전환 지침을 준 것이라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파리바게뜨 사태를 통해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해왔던 잘못된 관행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교수는 고용부의 직접고용 지시로 인해 음성·양성적으로 비정규직을 차별해왔던 관행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기업 등 사용자도 고용관행을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거나 일부만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등 사실상 반발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례가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전제 아래 후속대책을 신속하게 논의하고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실업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현재 세계적 추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규직을 강하게 보호하는 것은 실업자들에겐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라며 “당연히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지만 일자리에 어떤 부작용을 줄지 고려해 정책의 속도와 범위 등을 고려한 후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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