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는 지난 1일 긴급 당정회의부터 이날 새벽 본회의까지 이틀 넘게 국회에 머물면서 새누리당 의원총회와 대야 협상을 직접 챙겼다. 이 과정에서 최 부총리는 “야당이 응하지 않으면 예산안 수정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새해 예산안 처리는 최 부총리의 마지막 과제처럼 여겨져왔다. 그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새누리당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당 복귀 시점에 대해선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라고 말해 왔다.
예산안은 법정시한인 2일 자정을 넘겨 통과돼 그닥 아름다운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최 부총리는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풀어놓은 듯 홀가분해진 입장이 된 셈이다. 예산안과 함께 5개 쟁점법안들이 한꺼번에 통과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만 하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위기는 총선을 앞둔 최 부총리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중반으로 낮추는 상황에서도 3.1%라는 숫자를 고집했다. 그리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개최 등의 조치를 통해 내수 회복에 주력했다.
여전히 연간 3%대 성장률 달성은 어려워 보이지만, 3분기 성장률이 2010년 2분기(1.7%) 이후 가장 높은 1.3%를 기록한 것은 일련의 정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최 부총리의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많다. 특히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것은 ‘빚 내서 집 사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부동산 경기는 활기를 띠었지만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최근에는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해 3년 뒤 부동산발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마지막 과제를 해결한 최 부총리는 조만간 홀가분한 기분으로 정치권에 복귀할 것이다. 그가 물러난 후에도 내수 경기가 살아난다면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4월 총선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DI의 경고대로 3년 뒤 부동산발 위기가 닥친다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은 ‘최경환’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