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찰 으름장부터 놓는 법무부 장관

秋 장관, 라디오서 檢간부·기자 유착 의혹 감찰 시사
1월 임기 시작 후 검찰 관련 이슈에 즉각 `감찰` 거론
실제 감찰 없었어…대립만 심해질 뿐 독된다는 비판
  • 등록 2020-04-02 오후 4:30:52

    수정 2020-04-02 오후 4:30:52

[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MBC가 검찰 고위 간부와 채널A 기자의 유착 의혹을 보도한 이튿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감찰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1월 장관에 임명된 후 검찰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 곧바로 감찰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 장관은 임기 시작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 검토를 지시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정책보좌관에게 보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서 먼저 의견을 내라는 추 장관의 요구에 윤 총장이 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문제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 말한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후 윤 총장 및 검찰과 대립이 격화되면서 추 장관은 직접적으로 감찰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횟수도 빈번해졌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확인서 허위작성 의혹과 관련해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판에 넘긴 것을 두고선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거론했다. 수사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패싱’해 적법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 상가에서 벌어진 이른바 ‘항명 소동’과 관련해선 사안 자체를 “상갓집 추태”고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추 장관이 국면마다 감찰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사건 이후 실제 감찰로 나아간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잦은 감찰 발언이 되레 독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들린다. 검찰청법상 검찰사무의 최고 책임자인데 검찰과 대립만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5선 의원이자 당 대표 출신 장관의 존재감 보여주기(쇼잉·showing)라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훈령인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르면 감찰은 검사 등에 대한 비위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작업이다. 어떤 사건이 알려졌을 때 장관으로서 기본적 사실 확인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으름장을 놓기 전에 충분히 조사하는 것이 먼저다. 장관의 말 한마디는 무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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