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 결정하면 민간 매각 어려워져
서울시는 지난 27일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개최해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를 올해 내에 문화 공원으로 결정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 부지의 공적활용을 위해 조속한 시일내 공원 결정 및 매입을 적극 찬성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원 조성은 역사의 켜를 반영하고 많은 시민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는 위원회 자문의견을 반영해 내달 중 관련 절차를 진행, 올해 내 문화공원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가 매입할 경우 자체감정평가, 예산 확보 등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매각까지 2년 가량 소요된다는 점이다. 당장 현금 확보가 급한 대한항공 입장에선 수용하기 불가능한 조건이다. 그렇다고 대한항공이 원하는대로 민간에 이 땅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가 이 땅을 공원으로 결정하면 민간이 매입하더라도 다른 용도로 개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도 이 땅은 3층 12m 높이 이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곳으로 묶여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부지가 공원으로 결정되면 공원 외에는 다른 용도로 개발할 수 없게 된다”며 “민간이 들어오더라도 개발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한항공에게 민간 매각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이 땅을 민간에 팔 수도, 그렇다고 서울시에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공원 강행에 채권단도 난처..“계획대로 진행되길”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인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고 특별약정을 통해 자체적인 자본 확충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송현동 부지 등 비수익 유휴자산 매각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진행 중이다. 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 가까이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송현동을 비롯한 유휴자산 매각을 위해 지난 4월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매각 작업을 하고 있다. 현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서울시가 문화공원화 계획을 공개하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한항공의 매각 계획을 방해하고 가격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 않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사유지인 송현동을 문화공원을 만들겠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벗어난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코로나19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생존을 걱정하는 기업을 겁박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시장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