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이 밀고 백신이 끌고' 다우 3만 고지 첫 등정…거품론 고개

美 뉴욕증시 다우지수 첫 3만 돌파 마감
섹터별 대표 선별해 지수화 '우량주 클럽'
백신 낭보 덕…금융, 에너지 등 주가 올라
그 기저에 팬데믹 후 폭증한 시중 유동성
일각서 과열 불안감…"역대급 투기 흐름"
  • 등록 2020-11-25 오후 5:50:51

    수정 2020-11-25 오후 11:00:02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24일(현지시간) ‘DOW 30,000’ 글자가 적힌 모자를 쓴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124년 역사상 처음 3만 고지를 넘은 것은 실물 경제 악화에도 불구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중첩된 결과다.

코로나19 백신이 곧 시판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팬데믹 내내 소외 받았던 경기순환주가 부활하면서 시장을 견인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목받으며 고공행진을 벌인 기술주까지 동반 상승한 것은 역대 최대 규모로 풀린 유동성이 시장을 뒷받침한 영향이다.

유동성 장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실전에 투입된 백신이 당초 기대를 밑도는 효능을 보이는 등 돌발 악재가 등장할 경우 언제든 시장이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팬데믹 내내 소외 받은 가치주의 부활

2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 지수는 오전 11시28분께 처음 3만을 넘었고 그 이후 장중 3만116.51까지 치솟았다. 마감 종가는 3만46.24을 기록했다. 3만 고지는 1896년 5월 출범 이후 124년 만이다.

다우 지수는 ‘우량주 클럽’이다. 정보통신(IT), 헬스케어, 금융, 에너지, 소비재 등 각 섹터별로 미국 대표 대기업 30곳을 추려 지수화했다. 요즘 산업 트렌드에 따라 IT(22.8%)와 헬스케어(18.2%) 등의 비중이 높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등과 비교하면 시장 전반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우 지수는 최근 들어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26일 이후 한 달 사이 상승률은 8.53%. 나스닥 지수(5.97%)보다 더 높다. 팬데믹 탓에 뉴욕 증시가 바닥을 쳤던 지난 3월23일 이후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상승률은 각각 61.61%, 75.31%다.

요즘 증시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다는 얘기다. 기술주 일변도에서 가치주(실적 등에 비해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주식) 쪽으로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봉쇄 조치로 죽을 쒔던 항공주, 금융주, 에너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다우 지수 내에서는 보잉,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셰브런 등이다. 네 주식의 이날 상승률은 각각 3.30%, 4.61%, 3.74%, 5.00%에 달했다.

가치주의 부활은 잇단 백신 낭보 덕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연이어 긍정적인 면역 효과 결과를 발표했고, 이르면 연내 접종이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백신 등장→팬데믹 종식→경제 회복의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이와 함께 ‘좌충우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을 시사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SYZ 프라이빗은행의 루크 필립 투자담당 대표는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든 건) 시장에 부담을 준 불확실성 중 일부가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기술주가 몰락한 것도 아니다. 이날 다우 지수 내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버라이즌 주가는 각각 1.78%, 2.06%, 0.60% 올랐다.

가치주와 기술주 동반 상승은 넘쳐나는 ‘돈의 힘’이다. 연준에 따르면 이번달 9일 기준 광의통화(M2) 규모는 19조672억달러(2경1164조5920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27일만 해도 M2 규모는 15조4453억달러였다. 10개월 남짓 사이에 23.4% 급증한 것이다. 과거 숱한 경제위기가 있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돈이 풀린 건 전례가 없다. 근래 비트코인 가격까지 급등하는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일각서 과열 불안…“역대급 투기 흐름”

하지만 워낙 가파르게 우상향 곡선을 그린 만큼 조정 불안감이 일각에서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백신 기대감이 물거품이 될 경우다. 백신이 경제 회복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는 희망이 다우 지수를 끌어올린 만큼 반대로 백신 등장이 예상보다 더뎌지거나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폭락장이 현실화할 수 있다.

실물경제와 괴리도 지속적으로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많게는 하루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각 주별로 잇따라 부분 봉쇄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이 일제히 향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ING 파이낸셜 마켓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세금 혜택 감면, 학자금 대출 지급 정지, 미 전역의 세입자 강제 퇴거 가능성 등 거시경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계나 기업이나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의 주식시장에 대해선 “지나친 낙관론에 따른 장밋빛”이라고 했다.

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앞둔 24일(현지시간) 보건당국의 여행 자제 경보에도 불구하고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도로가 연휴를 즐기려는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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