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든 한국군이 총 쐈다"…법정 선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퐁니사건' 생존자
목격자 삼촌과 입국해 손배訴 법정 나와 증언
"얼룩무늬 군복·철모…쌍꺼풀 없는 눈, 한국인"
"주민들 몰아넣고 총 난사한 뒤 수류탄 던져"
  • 등록 2022-08-09 오후 7:21:19

    수정 2022-12-14 오전 7:10:01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이른바 ‘퐁니 사건’ 생존자가 한국 법정에 나와 사건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수류탄을 든 한국군이 방공호에서 나오라고 하더니, 나가자마자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 티탄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 소송 법정 진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2)씨는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가배상 소송 변론기일의 당사자 신문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1968년 2월 12일 베트남전 당시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 당시 8살이던 응우옌티탄씨는 한국군 청룡부대(해병대 제2여단) 소속 군인들의 공격으로 총상을 입어 지금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가족 5명을 비롯한 비무장 마을 주민 70여명이 당시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응우옌티탄씨는 “총격을 배에 맞아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군이 집을 불태우려 했고, 이모가 이를 말리자 칼로 이모를 살해했다”고도 증언했다. 또 그는 총을 쏜 군인들이 한국군으로 기억하는 이유로 얼룩무늬의 군복과 철모, 쌍꺼풀이 없는 외모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들기도 했다.

당사자 신문 전 진행된 증인신문에 출석한 응우예티탄씨의 삼촌도 사건 당일 학살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당시 26살의 나이로 남베트남 정부 농촌개발단에서 일했던 응우옌득쩌이(82)씨는 “당시 무전기를 통해 한국 군인들이 퐁니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초소에서 조카의 집이 불타고 있는 장면을 비롯해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을 살해하고 집을 불태우는 모습을 봤다”고 주장했다.

응우옌득쩌이씨는 해당 군인이 한국군임을 확신했다. 그는 “얼룩무늬 군복과 그 천을 씌운 철모를 쓰고 있었다”며 “위장한 베트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이 아닌, 한국군이었다. 여기 계신 분들처럼 생겼다. 눈과 얼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주민들을 몰아넣고 총을 난사한 뒤 수류탄을 시체에 던졌다”며 “군인들의 고함을 들었는데, 한국말이었다”고 덧붙였다.

응우옌득쩌이씨에 따르면 한국군이 철수한 뒤 주민들과 미군이 마을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병원으로 후송했다.

반면 정부 측은 원고가 한국군에게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북베트남에 동조하는 베트콩이 심리전 차원에서 한국군으로 위장해 민간인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군이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하더라도 교전 상태에서 퐁니마을 주민을 적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지난 5일 입국한 응우옌티탄씨 등은 이번 방한 일정 중 국회 간담회 등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은 재판에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저는 마을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학살의 진실을 인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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